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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중앙 · 지방 안가리는 ‘관치금융’의 손길
금융당국으로부터 전방위 사퇴 압력을 받아온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일개 지방은행 차원에서 금융당국의 집요한 압박을 이겨내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산은행과 BS저축은행 등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BS금융은 정부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는 순수 민간금융회사다. 그런데도 최고경영자 진퇴를 좌지우지하려드는 것은 터무니없는 월권으로, 현 정부의 관치금융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번 파문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금융당국은 이 회장이 7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데 따른 폐해를 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국내 한 외국계 은행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는 무려 13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근거 자체가 객관성이 없기도 하거니와 그 잣대조차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회장의 재임 중 은행의 총자산은 배가 넘게 늘어났고,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도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다. 특정 학맥이 회사 임원의 절반 가까이 된다는 지적은 더 어처구니없다. 지방은행은 해당 지역의 상고와 대학 출신이 조직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금융계와 지역주민은 물론 대다수 국민도 이 회장이 왜 물러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러다보니 이 회장 퇴진 압박을 둘러싼 뒷소문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교 동문 관계라 미운털이 박혔다는 설(說) 등이 그것이다. 또 특정인을 앉히려는 사전정지작업 차원이라거나 경남은행 인수전을 정권의 의도대로 추진하기 위한 포석라는 소리도 들린다. 진위 여부를 떠나 이런 소문이 난무하는 것 자체가 그동안 금융당국이 민간금융회사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개입해 왔다는 방증이다.

현 정부 들어 이른바 ‘4대 천왕’이라는 핵심 은행권 수장이 모두 바뀌었다. 그 자리는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과 가깝거나 전직 재무관리 출신이 앉았다. 이를 두고 금융권의 정권교체가 마무리됐다거나 관치가 화려한 부활을 했다는 등 평가가 곱지 않다. 더욱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는 4선 국회의원 출신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들린다. 관치와 낙하산으로 일관하는 한 우리 금융산업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 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이 타 부문에 비해 유독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BS금융의 새 수장 선임은 관치금융 일소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그 과정을 국민은 예의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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