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층 수직증축 리모델링
과도한 기대치 갖지 말고
구조보강기준등 안전신뢰 확보
전체 도시 재생 차원 접근을…
정부의 4ㆍ1 부동산 대책의 후속으로 리모델링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자 수도권 주택 시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벌써부터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분당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호가가 1000만원 이상 오르고 조합과 주민을 중심으로 손익계산이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도시 재생의 중심축이 재건축에서 리모델링 사업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 정부 안은 20년 노후라는 사용 연한에 걸려 재건축은 꿈도 꾸지 못하고, 대수선 정도의 리모델링은 드는 비용에 비해 가치가 불안해 사실상 엉거주춤한 수도권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함이다. 가격은 한없이 추락해 최고가 대비 30~40%가 떨어지고, 녹물 나오는 배관과 낡은 인테리어로 세입자조차 기피할 정도다. 판교 등 고품질의 2기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이 같은 리뉴얼 문제는 더욱 이슈화돼 여야 정치 성향이 뒤바뀌는 결과를 낳기까지 했다. 수직 증축 범위를 3개층까지 허용하고, 일반 분양물량을 15%까지 확대키로 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주민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 낡은 중층 이상 아파트 단지의 고령화 후유증을 해소할 획기적 조치다. 더구나 2015년에 이르면 15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 500만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서울은 전체 공동주택의 42%에 달하는 60만가구가 이미 15년 이상 된 노후 불량 주택이다. 주택 노후화 문제가 사회적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 심각성에 비춰보면 이번 정부 안은 주택 공급 정책을 신규 개발에서 기존 주택 신ㆍ증축으로 방향 전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리모델링이 개별 단지 대상 정비 사업이지만 도시 전체를 보는 도시 재생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도시는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를 최고의 이상향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과거를 모조리 멸실시키거나 도시 전체를 보지 못하는 리모델링은 결국 실패를 가져온다. 분당신도시만 해도 그렇다. 지난 1989년 건설 당시만 해도 가구당 인구가 3.7인이었으나 현재 2.7인으로 낮아졌다. 20년이 경과한 1기 신도시는 시간이 흐를수록 노령인구가 집합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분당 등 낡은 아파트 단지의 리모델링은 단순히 노후 아파트의 리뉴얼, 재산 가치 보전 차원을 넘어 현재와 미래의 주거 특성 및 도시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일본이 도쿄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지난 1960~70년대 건설한 다마신도시 등 대다수의 신도시가 좋은 본보기다. 이들 신도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계층 급증, 심각한 도시경제력 약화 등에 직면해 있다. 우리 역시 지난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제정, 재건축ㆍ뉴타운 등을 추진해왔지만 커뮤니티 파괴는 물론 획일적 아파트를 양산해 다양한 주거 유형 확보와 1~2가구 증가, 고령화 대응 부재 등 되레 퇴행적 결과를 낳았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단지 리뉴얼에 집착한 결과다. 안전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 사안이다.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이번 정부 안은 활성화에 역점을 두다 보니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하중 증가 허용을 위한 구체적 구조 보강 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바닷모래 사용 등 1기 신도시 건설 시 제기됐던 부실시공 및 부실 자재 사용 등으로 인한 불안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15층 규모의 아파트에 3개층을 추가로 올린다면 안전 불신은 더욱 증폭될 것이 뻔하다. 업계는 적어도 평당 2000만원대 이상 호가하는 단지라야 증축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확보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부 안의 장ㆍ단기적 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주민은 기대치를 낮춰 맞춤형 리모델링을 적극화하고, 정부는 도시 재생 차원에서 리모델링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원칙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ch10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