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당국회담이 개최 하루 전에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회담 수석대표 격을 놓고 티격태격하다 끝내 절충을 이루지 못한 결과다. 일차적인 책임은 북한에 분명 있다. 북측이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우지 않을 것이 확실해지면서 우리 측이 류길재 통일부 장관 대신 김남식 차관을 파트너로 내세우자 급이 낮다며 북측이 일방적으로 회담을 무산시킨 것이다.
그렇다고 북측이 수석대표로 내세운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이 과연 장관급에 준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통일부 대북정책 베테랑들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 파악조차 어렵다고 실토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베일에 가려진 조평통 서기국장이라는 이가 장관급을 지칭하는 상(相) 급에 해당한다며 억지 아닌 억지를 부린 것이다.
정부, 특히 청와대 반응이 싸늘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북한이 회담에 임하는 처음부터 과거에 해 왔던 것처럼 (우리 측에) 굴종이나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는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회담은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할 때 가능하다며 상식에 맞는 회담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다. 과거 잘못된 관행에 선을 그은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과연 북한의 태도 돌변이 전적으로 회담의 모양새에 대한 불만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우려했던 진정성의 문제가 다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미ㆍ중 정상회담 하루 전에 보란 듯이 대화를 전격 제의했고, 우리 측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하며 실무회담을 역제안 했던 것도 미ㆍ중의 대북 강경입장을 다소 완화해 보려는 임시방편적인 유인책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결국 자신들의 뜻과는 반대로 미ㆍ중 정상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강경 합의를 도출하자 회담 무용론으로 급선회할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다.
물론 속단은 이르다. 사안이 워낙 중대한 만큼 회담 재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더 이상 지속되면 회복 불능에 빠져들 것은 불문가지다. 더구나 장마철을 앞두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그 어느 것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사안이 결코 아니다. 회담 격식을 더 다듬어 다시 마주 앉길 바란다. 지나친 명분보다는 실사구시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