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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처벌보다 교권이 먼저라는 판사의 생각
창원지방법원 박정수 부장판사의 ‘판결 전 사과’ 권고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박 판사는 교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에게 학교에 찾아가 사과할 것을 권하며 판결 선고를 연기했다. 폭행 사실에 대한 단순한 처벌보다 피해 교사와 학교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기소된 학부모도 ‘그럴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해당 학교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해 박 판사는 판결문을 준비했지만 용서를 주고받을 시간을 주기 위해 선고를 1주일가량 미뤘다.

박 판사의 권고는 실추된 교권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스승의 권위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박 판사가 담당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자식을 체벌하거나 무시했다며 툭하면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는 일이 다반사다. 더욱이 학생이 교사를 협박하고 폭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예 학생들에 대한 훈육과 지도를 포기하는 교사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박 판사의 용서 권고에는 교권훼손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나 교권 회복이 먼저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학생들 앞에서 학부모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정강이를 차이는 행패를 당한 교사가 받는 심리적 충격은 일반인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다시는 교단에 서기 힘든 위기 상황으로 몰릴지도 모른다. 피해 교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감정적 위로를 해 주는 일이다. 처벌은 다음 문제다. 가해 학부모가 진정성을 가지고 용서를 구한다면 피해 교사뿐 아니라 교단 전체에 미치는 심리적 위안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권이 바로 서지 않으면 학교가 바로 설 수 없고, 그 나라는 미래가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교사와 학교의 권위가 위협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권은 재판부가 보호해 주는 게 아니라 학교와 교사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 수배 중인 엄마를 찾으려고 부산의 한 경찰관이 초등학교에서 수업 중인 아들을 불러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 어린 학생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한 경찰의 행태는 백번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생각 없이 이를 허용한 학교 측의 무책임한 처사가 더 문제다. 이러니 우리 사회가 교권을 우습게 여기는 것 아닌가. 박 판사의 용서 권고가 교사와 학생, 학교와 학부모 모두에게 교권을 다시 생각하고 이해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학교와 교사의 분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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