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쿠리치바는 세계의 환경수도로 불린다. 브라질이 환경부문에서 앞선 국가가 아님에도 쿠리치바가 환경도시로 이름을 날리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1년 전 쿠리치바를 방문했을 때 그 비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당국의 실천이었다.
쿠리치바의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부 건물은 공원 한 가운데 들어서 있어 마치 공원관리소를 방불케 했다. 건물은 모두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다. 기둥은 콘크리트 전봇대로 교체되면서 폐기될 운명에 처한 목재 전봇대를 재활용했다. 바닥이나 계단, 벽채의 목재들도 모두 재활용품이었다. 건설 단계부터 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든 건물이었다. 그 옆에는 환경부담을 최소화한 시범건물과 식물원을 만들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쿠리치바의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엔지니어는 “정부가 먼저 실천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잘 믿지 않죠. 정부가 실천해야 주민도 믿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순간 ‘아하~’ 하는 탄성이 속에서 흘러나왔다.
12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최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유 장관의 발언을 들으면서 쿠리치바가 떠올랐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산하기관과 청렴서약을 체결하고, 문화재정 지원시 자발적 활동의 유무를 우선적으로 따지기로 하는 등 중요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관심을 끈 것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문화융성에 대한 입장이었다. 유 장관은 문화융성이란 “예술진흥의 차원을 넘어 사회의 정신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며 소통과 신뢰, 배려, 나눔과 같은 가치를 확산시켜 행복을 증진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경제정책에도 문화적 가치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의 이런 입장은 생산성과 효율성, 즉 경제적 가치가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해왔던 우리사회를 한단계 성숙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문화적 가치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문화ㆍ예술의 향기가 흐르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정부나 지도자들의 실천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쿠리치바를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쿠리치바 당국자의 말처럼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이 문화융성을 외치면서도 정작 그것을 즐기고 그 가치를 실현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 정책도 낡은 이념의 옷을 벗어던지고 거기에 문화적 가치를 담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책은 숫자로 된 목표의 나열이 중심이었다. 그것이 지향하는 핵심가치는 무시되거나 뒷전으로 밀렸다. 일자리 창출목표를 정하고 여기에 매달리는 방식이었다. 이제 이것이 구체적으로 한 개인이나 가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행복을 가져다 주었는지 보여주는 방식을 도입하면 어떨까. 일자리 창출은 숫자가 아니라 개인의 사회참여와 경제적 욕구를 실현하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했을 때 정책이 실제 국민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어 더 신뢰감을 줄 것이다. 그게 곧 문화융성으로 가는 길이다.
유 장관과의 토론회는 여러 면에서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좌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주 유익했다. 정부가 국정목표로 제시한대로 문화융성을 몸소 실천하고, 그것을 각종 정책에 연결시켜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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