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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층간소음 해법, 기준 강화보다 이웃 배려
환경부가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주간 5분 평균 55㏈이던 견딜 수 있는 소음 기준치를 1분 평균 40㏈로 낮추었다. 야간에는 이보다 5㏈이 더 낮아야 한다. 최고 소음 기준도 새로 마련돼 낮에는 55㏈, 밤에는 50㏈이 적용된다. 생활소음으로 환산해보면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거실을 10초 정도 뛰어다니거나, 망치질 한 번 할 때 나는 소리 정도로 볼 수 있다. 이를 넘어서는 소음이 아랫집에서 측정되면 윗집은 돈으로 물어줘야 한다.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간 다툼이 잦아지고 급기야 흉기로 찌르거나 불을 지르는 등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궁여지책인 셈이다.

강화된 층간소음 기준이 마련됐지만 이게 해결의 근원책은 못 된다. 실제 생활을 하다보면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이런 정도의 소음 발생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그 때마다 아랫집에 양해를 구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아랫집은 윗집 소음에 신경이 쓰이지만 기준을 내세우며 배상하라고 매번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긴 아랫집 주민도 그 아랫집에 대해서는 가해자 입장이다. 설령 배상을 받으려 해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피해 배상 재정신청을 하고 전문가의 방문 측정 과정을 밟아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니 이 또한 스트레스다.

대도시의 경우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80%가 넘는다고 한다. 층간소음 문제 말고도 폭설에 따른 제설작업이나 자동차 주차, 애완견 배설물 처리 등 이런저런 문제로 주민들 간 불미스런 마찰이 빚어지기 일쑤다. 관련 법과 기준을 아무리 정비하고 강화해도 이웃 간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없다면 갈등의 불씨는 언제나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다. 관용과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 마음을 열면 크고 작은 이웃 간 분쟁은 그리 문제될 게 없다. 층간소음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법을 동원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최근 공개한 층간소음 해소 주민 아이디어 공모 결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소음 발생 시간표 사전 게시, 주민 중 조정중재자 임명, 소음 최소 발생 주민 표창하기 등 참신하고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징벌보다는 이웃 간 이해와 배려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게 공모전 출품작들이 전하는 메시지다. 층간소음 분쟁이 잦은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각박하고 메말랐다는 증거다.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윗집 주민과 웃으며 인사만 나눠도 문제의 90% 이상은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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