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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보험업계가 사회공헌에 나선 까닭은
사회공헌을 통해 보험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불투명한 대외 환경을 헤쳐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보살피는 사회공헌은 어려운 상황에서 큰 힘이 돼 주는 보험의 본질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단군 이래 최대 위기’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운용 자산 이익률이 크게 떨어져 이차(利差) 역마진까지 우려된다는 게 걱정의 핵심이다. 이러다가는 상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날 판이라고 하니 업계가 느끼는 위기의 폭과 깊이가 상당히 넓고 깊은 모양이다. 실제 일본은 저금리가 본격화된 2000년을 전후해 보험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업계로서도 상황 호전만 마냥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활로 찾기 움직임은 부산하다. 그 방향은 일단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저금리 시대에 맞게 상품 구조를 개선하는 등 직접적인 해법 찾기와 사회공헌 확대를 통한 소비자 신뢰 회복이 그것이다. 물론 무게중심은 전자에 두고 있다. 지난 7일 한국계리학회가 주관한 ‘저금리시대의 보험산업 대응방안’ 정책세미나도 그 일환이다. 세미나가 열린 시간이 현충일과 주말을 사이에 둔 샌드위치데이 오후인데도 준비된 객석이 모자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그만큼 업계 사정이 절박하다는 것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맛있는 떡’ 이론도 같은 범주로 볼 수 있다. 떡을 많이 팔기보다는 소비자가 찾는 맛있는 떡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행간에는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과 비장함이 서려있다.

그러나 정작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후자, 즉 소리없이 꾸준히 전개되고 있는 생보업계의 사회공언 활동이다. 사회공헌과 보험업계 위기와는 얼핏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 그렇지 않다. 사회공헌을 통해 보험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불투명한 대외 환경을 헤쳐 나가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된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보살피는 사회공헌은 어려운 상황에서 큰 힘이 돼 준다는 보험의 본질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생보업계의 사회공헌은 지난 2007년 1조5000억원을 출연한다는 내용의‘생명보험 사회공헌 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 체결이 그 시작이다. 사업 연속성을 확실히 담보하기 위해 아예 업계 공동으로 재원을 마련키로 한 것이 특징이다. 이후 생보업계는 희귀난치성질환자 치료, 자살예방 활동, 저소득 치매노인 지원 등의 활동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대학생 학자금 부채 상환 지원 등 미래 경제 주체에 대한 지원 사업도 중요 활동 중 하나다.

생보업계의 이 같은 사회공헌활동은 따지고 보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이제 소비자는 상품의 품질만 보는 게 아니라 생산 기업의 이미지를 함께 보고 구매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역시 소비자의 마음을 사지 못하면 더 지금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8위 수준의 보험 강국이다. 이만큼 보험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소비자 덕이다. 이에 보답하는 차원에서라도 사회공헌활동은 더 활발하게 전개돼야 한다. 물론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위기의 보험업계가 해야 할 게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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