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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전재원> 자연이 맺어준 한 · 중 우정
서로 자연을 선물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미래의 한ㆍ중 관계도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처럼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보통 친구 사이의 정을 우정이라고 말한다. 만남이 많고 공유하는 것들이 늘어나면 자연히 우정이 돈독해진다. 나라로 본다면 우리와 이웃하고 무역액이나 인적왕래가 가장 많은 중국이 손꼽히는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서부의 중심도시 시안(西安)은 내륙지역으로 여타 대도시에 비해 우리와 교류는 아직 적지만 한국에 대한 호감이 크다. 우리와의 역사적인 친근감과 한류라는 문화적인 이유도 있겠으나 최근 상호 경제교류의 확대가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시안에 중국에서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규모인 70억달러 규모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착공되었다. 협력업체도 함께 진출해 공장을 짓고 있어 직원들과 가족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한국인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시안에서 20대 청년시절을 보냈던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일찍이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주창한 바 있다. 고양이는 털색과 상관없이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인민을 잘살게 하면 제일이라는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자다운 주장이다. 그런데 요즘은 녹묘론(綠猫論)이 강조되고 있다. 녹색 고양이가 아니라면 쥐를 잡는다고 해도 좋은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으로 자연보호와 녹색성장을 강조한 것이다.

국가 간 교류에 있어 자연을 공유할 수 있는 ‘녹색 고양이’는 없을까. 무역규모처럼 숫자로 나타나는 경제교류의 성과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을 서로 선물한다면 그만큼 정이 더 깊어질 것이다.

시안에서 남쪽으로 차로 약 3시간 가면 한중(漢中)이라는 곳이 있는데, 중국 역사상 한나라를 세운 유방과 삼국시대 촉나라를 세운 유비가 각각 한중왕이 되어 힘을 키웠던 천혜의 요새지로 유명한 곳이다.

현재 이곳에는 인공사육을 포함해 약 1000여마리의 따오기가 서식하고 있는데 현지 농민들은 따오기의 자연서식을 위해 농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2008년 한중 시는 우리 창녕군에 따오기 한 쌍을 선물해 지금은 모두 19마리의 대가족이 됐다. 지난해 창녕군 대표단이 한중 시를 방문했고, 올해는 한중 시 대표단이 방한할 예정이다.

시안에서 북쪽 3시간 거리의 옌안(延安)은 공산당 혁명성지로 유명하다. 험준한 산지에 마오쩌둥이 지휘한 홍군이 2만5000리의 대장정(大長征)을 마치고 주둔한 곳이다. 해발 1500m의 높은 산지에다 강수량도 적고 나무가 적어 멀리서 보면 산이 황색으로 보일 정도로 일명 황토고원이라고 부른다.

그곳 옌안에는 한ㆍ중 양국정부가 2010년부터 각각 100만달러씩 투입하여 식목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ㆍ중 우정의 숲’이 있다. 사막화를 방지하고 생태환경을 개선한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여러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또 지난 5월 11일 또 다른 서부지역인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에서도 한ㆍ중 두 나라 국민들이 함께 모여 나무를 심었다. 메마른 땅에 한ㆍ중 우정의 숲이 조성되고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생각만 해도 마음속에 미소가 그려진다.

서로 자연을 선물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미래의 한ㆍ중 관계도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처럼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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