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상무·장지갑폭행·대리점폭언
정직·준법·배려 부재가 낳은 폐해
정직한 사회의 근간 감사문화
‘땡큐’ 습관화로 정신문화 되살려야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 30년간 세상의 아픔과 나라 걱정으로 불면증에 시달렸다.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을 때 주위에서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마음을 편지로 써서 몇 사람에게라도 전할 것을 권유해 남긴 것이 ‘친전’이다. 차동엽 신부의 신작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첫째, 우리 국민은 부지런하지만 정직하지 못하다.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윤리도덕이 땅에 떨어졌다. 이래 가지고는 일등 국민이 못 된다. 정직하지 못하면 서로 신뢰가 무너지고, 건강한 공동체가 못 된다. 둘째, 우리 국민은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 누구든 법을 잘 지키는 법치주의가 제대로 될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정의가 제대로 설 수 있다. 셋째, 우리 국민은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 이기주의가 너무 강하다. 내 탓보다는 남의 탓만 한다. 이웃을 사랑할 줄 모른다. 탈북자, 다문화 가정, 장애인, 노숙자 등에 대한 나눔이 부족하다.”
김 추기경의 말씀은 수천년 전 우리 조상이 만든 12지 열두 동물의 지혜와 일맥상통한다. 10번째 닭은 준법정신의 상징이고, 11번째 개는 정직과 신뢰의 상징이며, 12번째 돼지는 배려와 나눔의 상징이다. 우리 조상은 후손에게 정직, 준법, 배려로 홍익인간의 행복한 세상을 만들라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라면 상무, 장지갑 폭행, 대리점 폭언, 윤 대변인 성추행 등 일련의 사건도 정직, 준법, 배려의 부족으로 일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비리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탄하는 원전마피아의 고질적인 폐해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관련자를 처벌하고, 법을 강화하는 등 대증요법으로 끝내버리는 데 있다. 다섯 번 ‘왜’를 거듭하며 참 원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빨리빨리 문화로 조급증에 빠진 우리는 한두 번의 ‘왜?’로 적당히 처방을 하고 적당히 끝내버리니 문제는 고질화돼 반복되고 심화되는 것이다.
우리 조상은 12지 동물의 앞의 네 동물로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교훈을 가르치고 있다. 첫째 동물인 쥐는 상황을 인식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을 상징한다. 위기가 무엇인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소는 근본 원인을 탐구하는 원인 규명 능력을 상징한다. 소는 위가 4개가 있어 되새김질한다. 문제에 즉시 대응하기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 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호랑이는 결단을 상징한다. 이때는 호랑이가 먹이를 추격할 때 선택과 집중으로 온 힘을 다하는 결단을 배우라는 뜻이다. 네 번째 토끼는 잠재 문제 대응 능력을 상징한다. ‘교토삼굴’이란 말이 있다. 토끼는 언제 닥칠지 모른 위험에 대비해 굴을 3개 마련해 위기에 대응한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잠재 문제로 모든 것을 망칠 수 있음을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하면 정직하고 준법정신이 있고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한 국민이 될 수 있을까? 이는 정신문화의 문제다. 선진국 국민의 정신문화의 바탕에 공통된 좋은 습관이 있다. 바로 감사하는 것이다. 미국인의 일상용어의 26%가 ‘생큐’라고 하고 유대인들은 아이들이 태어나 제일 처음 하는 말이 ‘생큐’가 되기를 바라며 감사를 습관화ㆍ생활화하고 있다. 감사는 배려를 낳고 신뢰를 만들며 정직한 사회를 이루는 기초의 기초다.
우리 민족도 부모에게 감사해 효도하고, 어른들에게 감사해 공경하며, 나라에 감사해 충성하는 아름다운 정신문화가 있었다. 최근 일련의 사건에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 우리에게 잊었던 정신문화를 되살리라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감사의 정신문화를 되살려 홍익인간의 동방예의지국을 새롭게 이뤄가는 정신문화혁명을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