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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강윤선> 불안감, 때론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1) 전 세계 인구의 0.25%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 전체의 20~30%를 차지하는 민족. 2)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마르크스의 공통점. 정답은 유대인이다.

세계 경제의 파워브레인으로 언급되는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 보좌관인 람 이매뉴얼(전 백악관 비서실장), 데이비드 액설로드(백악관 보좌관), 모나 섯픈(비서실 차장), 제임스 스타인버그(국무부 차관), 제이컵 루(예산실장), 로런스 서머스(국가경제위원장) 등이 모두 유대인 출신이다.

미국 영화배우 50%가 유대인이고, 군사전문가도 유대인이 대부분이다. 전 세계 기업, 금융, 정치, 예술, 문화계를 주도하는 핵심 브레인에 유대인 출신의 두뇌들이 포진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놀라운 실적과 위업을 달성한 유대인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내가 생각하는 ‘위대한’ 유대인의 근본적인 배경은 바로 ‘불안감’이다. ‘디아스포라(diasporaㆍ본래 이산(離散)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로, 팔레스타인을 떠나서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킨다)’로 말미암은 근원적인 불안감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 몰라, 내일을 걱정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가야 하는 삶을 살아온 그들에게는 타민족과 다른 ‘창조적 DNA’가 생성됐을지도 모른다. 뇌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만나, 어제와는 다른 방법으로 머리를 쓰기 시작한다. 그때 비로소 전대미문의 새로운 창조가 싹을 틔우는 것이다. 민족적 탄압과 불안한 상황에서 내일을 걱정하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숙명적인 삶, 바로 그 불안감을 통해 유대인들은 새로운 창조를 해온 것이다.

헤어업계의 전설적인 인물, 비달 사순(1928.1.17~2012.5.9)도 유대인이었다. 비달 사순은 영국 런던 근교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4세 무렵부터 미용실에서 일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런던은 ‘전후의 혼란’ 속에 있었다. 파시스트 잔당과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득세하면서 유대인들을 탄압하고 핍박을 가하는 민족적 고통이 비일비재했다. 그러한 가운데 비달 사순은 어렸을 때부터 몸에 익힌 헤어스타일을 응용,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게 되다. 그게 바로 1960년대에 등장한 파격적인 보브 커트. 전통적인 헤어스타일에 일대 혁명이었다.

화장품업계의 또 다른 전설, 에스티 로더 또한 유대인이었다. 1908년 미국의 뉴욕 퀸스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에스티 로더는 영화배우를 꿈꾸었지만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간신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화장품업계에 뛰어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직접 만든 화장품이 고객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차별화된 판매 전략과 백화점 영업방식으로 일약 세계적인 화장품업계의 신화가 됐다.

우리는 예전보다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불안함보다 편안함, 불확실함보다 확실함, 불편함보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기술이 우리들의 삶과 직결되면서 불굴의 의지와 도전 정신은 사그라지고 있다. 보다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에만 너무 관심을 두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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