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인선에 급제동이 걸렸다. 청와대가 현재 진행 중인 인선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대상 후보군의 폭을 더 넓히는 등 보완과 재검토를 각 부처에 지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부처는 서류와 면접 심사 등 모든 절차를 중단한 상태라고 한다. 후보군이 늘어나고 검증이 강화되면 그만큼 인선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업무 공백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설령 기관장 인선이 늦어지더라도 전문성을 가진 적임자를 골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더 중요하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관치니, 낙하산이니 하는 구시대의 관습에 더 이상 젖어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청와대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불거진 관치 논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최근 금융 공기업과 일부 금융회사 수장 인선을 보면 ‘끼리끼리 다 해먹는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신임 금융기관장은 하나같이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이니 관치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금융당국의 압력으로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이 사퇴를 표명한 것은 정권 차원의 부담이 되고 있다. 금융계뿐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산하 공기업 최고 경영자도 상부 부처 출신 관료들이 거론되고 있다. 대선 후보시절부터 ‘낙하산은 없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언이 무색할 정도다.
물론 관료 출신들이라고 해서 공공기관장 인선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갖추면 얼마든지 자격이 있다. 다만, 고위 관료를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산하 기관장에 내려가는 잘못된 관행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하라는 박 대통령의 인사 지침을 낙하산 인사의 면죄부쯤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민간 출신 전문가들이 공모에 응하면 들러리로 전락하기 일쑤인 풍토에선 공기업 경쟁력 확보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최근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교수를 새 노사정위원장에 임명했다. 청와대 인사팀이 추천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비로소 인사가 시스템화되고 있다는 시그널로 보여 반갑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장 인사도 다를 게 없다. 인재풀을 더 넓히고 공정하게 경쟁해야 최고 적임자를 골라낼 수 있다. 지지부진한 공기업 개혁은 낙하산으로 내려와 보신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최고경영자의 무능 탓이 크다. 차제에 공공기관장 인선에 대한 확실한 기준과 시스템을 마련, 낙하산과 관치 논란을 종식시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