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출구 전략 윤곽이 조금은 더 선명해졌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19일(현지시간) 발언은 ‘어떠한 힌트도 없었다’는 지난달 22일 미 의회에서의 언급보다 분명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정례회의를 마친 뒤 “우리의 예상대로라면 FOMC는 올해 말부터 양적완화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제지표 개선을 전제로 “내년 상반기까지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지속해 중반께는 아예 중단할 것”이라고도 했다. 연내 경기부양책 축소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곧 돈 줄을 죄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언급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또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장중 발언을 접한 미국 증시는 대폭락했다.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 모두 1% 넘게 내렸으며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가치도 급등했다. 곧이어 20일 오전 문을 연 아시아 시장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대폭락에 버금가는 예정된 충격이 또 닥친 것이다.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건 새우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돈풀기와 초저금리 정책으로 일관했다. 지금도 Fed는 매월 850억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이렇게 풀린 달러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좋은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몰려들 게 마련이다. 그러다 이를 중단하거나 축소하면 돈은 다시 빠져나간다. 신흥국 시장 충격이 더 큰 이유다. 물론 우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면 돈이 제대로 돌지 못해 실물 경제는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겨우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지구촌 경제가 다시 고꾸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바람직한 것은 세계 금융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질서 있는 출구전략 가동이다. 하지만 자신의 코가 석자인 미국 금융당국이 거기까지 배려해주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양적완화는 반짝효과는 가져올 수 있지만 정상적인 통화정책은 아니다. 돈의 힘으로 경기를 받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그 거품도 곧 꺼지게 마련이다. 결국 선진국의 양적완화는 한시적이며 중단 이후 대비는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경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되 특히 단기 해외자본의 흐름을 철저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 놔야 한다. 이런 돈은 퇴각을 시작하면 순식간에 빠져나가 금융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이미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