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더 미뤄선 안될 ‘한국사 수능 필수’ 반영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의 주장이 눈길을 끈다. 교총 회장에 연임된 그는 “중국의 동북아 공정과 일본의 독도 침탈 등 역사왜곡이 노골화되는 시점에서 한국사 교육 강화는 시대적 과제”라며 ‘한국사 수능 필수론’을 강조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도 그렇다는 대목에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직자 수장의 발언인 만큼 교육 당국은 심도있게 받아들여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안 회장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젊은 세대의 취약한 한국사 인식은 새로운 사회적 걱정거리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일전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충격적이라며 인용한 ‘고교생 69%가 6ㆍ25는 북침’이 그 대표적 사례다. 북침(北侵)을 ‘북한의 침략’ 줄임말로 생각한 학생이 많아서라지만 모든 고교 국사 교과서에는 분명 ‘남침’으로 명기돼 있다. 한국사 수업이 겉돌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오죽하면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는 게 아니라 사극 드라마에서 배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지경이다.

한국사 교육 부실은 현행 대학입시 제도 탓이 크다. 대입 수능에서 한국사는 2004년까지 사회탐구영역 필수과목이었다. 그러던 게 무슨 까닭인지 이후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관심도 확 줄었다. 급기야 지난해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불과 7%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고등학생 100명 중 6, 7명만 한국사를 공부한다는 소리다. 하긴 외우기도 쉽지 않고 점수도 잘 안 나오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으니 1점이 아쉬운 학생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한국사가 교과 과정에서는 ‘필수’로 다시 전환된 건 다행이다. 하지만 수능에서 필수로 반영하지 않으면 대입 위주의 교육 풍토에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심한 정치권의 행태도 문제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과 망언에 대처하기 위해 국회가 특위를 만들기로 합의해 놓고도 정쟁에 몰입하느라 뒷전으로 내팽개쳐 놓고 있다. 그 사이 일본 정치권은 교과서 편집 책임자들을 불러 왜곡을 독려하고, 중국은 지린성이 고구려박물관을 열어 동북공정을 더 적극화하고 있다. 역사 인식 제고보다 정쟁이 우선인 정치권을 보고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역사를 아는 민족을 이길 수 없다. 대입 반영도를 높이는 것을 포함한 역사 교육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절실하다. 더 미룰 이유가 없다.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