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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함영훈> 막장 사극의 과거사, 실증적 상상력으로 바로잡는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조선 숙종의 부인 인현왕후, 장희빈, 숙빈최씨를 소재로 3년 간격 사이 나온 두 드라마가 우리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MBC 2010년작 ‘동이’를 비롯해 지난 수십년간 숙종조를 배경으로 제작된 숱한 드라마가 인현왕후를 어질고 인내하는 왕후로 미화한데 비해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장옥정’에선 당쟁의 중심인물이자 정략과 선무공작 등에 능한 ‘정치인’으로 묘사한다.

가장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인물은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에 관한 내용이다. ‘동이’는 숙빈최씨를 어질고 명랑하며 충심 깊은 인물로 묘사하지만, ‘장옥정’에선 거짓말 잘 하고 권모술수에 능하며, 권력욕이 큰 성격으로 표현한다. 이쯤 되면, 사극 역사왜곡 논란이 또 벌어질만도 하다. 사실 ‘천 동이’라는 이름은 제작진들에 의해 붙여졌고, 실제로는 ‘최 복순’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드라마 중 한 쪽이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내용을 더 많이 창작했음은 분명해 보이나, 지금으로서 확인할 길은 막막하다. 다만 실록 등으로 고증할 수 있는 것은 드라마 ‘동이‘의 묘사와는 달리 숙빈 최씨가 숙종과 금슬 좋게 오래 살지 않았고, 금방 멀어졌다는 점이다. 1701년 인현왕후가 병사하고, 장희빈이 왕명에 따라 자진(自盡)한뒤 16세의 정비 인원왕후가 간택되던 1702년 이후 숙빈최씨도 궁을 떠났음은 분명하다.

궁중의 여성권력자가 바뀔때마다 ‘환국(집권정당이 바뀜)’이 일어났음을 감안하면, 애첩의 교체는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지, 일방적인 미화나 질시는 온당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영조 이후 일제침략기 순종까지 왕실은 숙빈최씨의 자손들이라는 점에 비춰 관급 사료는 인현-숙빈 편이었음도 짐작할 수 있다.

과거를 재생하는 일은 실증적이어야 한다.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이 스무살 가량 연상인 선덕과 김유신을 연인으로 만들고, 2011년의 ‘계백’이 의자왕-은고-계백을 삼각관계로 설정하더니, 같은 해 방영된 ‘공주의 남자’가 가공인물 논란을 빚는 정적의 아들 딸을 연인으로, 김종서와 수양대군을 ‘비공식 사돈’으로 둔갑시킨 것은 자칫 ‘실체적 고증’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사극의 상상력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가뜩이나 수능 필수과목에서 배제된 국사를 학생들이 배척하는 분위기 속에서, 또 뿌리깊은 식민사관때문에 상고사부터 뒤틀려 있는 작금의 사학 현실앞에서, 사극까지 막장으로 가서는 안될 일이다. 막장 사극은 막장 시리즈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 실증 노력과 합리적 상상력으로 과거 일부 사극의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는 일 역시 요즘 사극의 소명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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