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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숙빈 최씨
2010년 사극 ‘동이’를 본 시청자들은 2013년 ‘장옥정’에 나오는 숙종조 인물 숙빈 최씨의 뒤바뀐 캐릭터를 보고 헷갈릴 것이다. 어진 인물로만 묘사되던 인현왕후 역시 올해엔 당쟁의 중심인물이자 정략과 선무공작에 능한 ‘정치인’으로 등장한다.

숙빈 최씨는 ‘동이’에서 어질고 명랑하며 충심 깊지만, ‘장옥정’에선 거짓말 잘하고 권모술수에 능하며 권력욕이 크다.

두 드라마 중 한쪽이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내용을 더 많이 창작했음은 분명해 보이나, 지금 확인할 길은 막막하다. 다만 실록 등으로 고증할 수 있는 것은 최씨가 숙종과 정답게 오래 살지 않았고, 금방 멀어졌다는 점이다. 1701년 인현왕후의 병사, 장희빈의 자진(自盡) 1년 후 인원왕후가 간택되면서 최씨도 궁을 떠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궐내 여성 권력자가 바뀔 때마다 ‘환국(집권정당이 바뀜)’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애첩의 교체를 정치적으로 해석해야지, 일방적 미화나 질시는 온당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영조 이후 순종까지 왕실은 숙빈 최씨의 자손들이라는 점에 비춰 관급 사료는 인현ㆍ숙빈 편이었음도 짐작할 수 있다.


과거를 재생하는 일은 실증적이어야 한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선덕과 김유신을 연인으로 만들고, ‘계백’이 의자왕ㆍ은고ㆍ계백을 삼각관계로 설정하더니, ‘공주의 남자’가 수양과 김종서를 ‘비공식 사돈’으로 둔갑시킨 것은 자칫 진실 고증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 가뜩이나 수능 필수 과목에 없는 국사 과목이 학생들에게 배척당하는 분위기 속에서, 또 뿌리 깊은 식민사관 때문에 상고사부터 뒤틀린 오늘날 사학 현실 앞에서 사극까지 막장으로 가선 안 된다. 사극의 뒤틀린 과거사, 실증 사극이 바로잡자.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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