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스포츠경기 승전보
생산효과 넘어 국민들에 자신감
2014 인천아시안게임 이미 시작
국회·정부 통큰 지원 기대
말레이시아의 수도는 쿠알라룸푸르다. 발음하기 쉽지 않은 이 아시아 변방국 수도 이름을 1960~1970년엔 우리 초등학생까지 외우고 다녔다. “국민 여러분, 우리 대표팀이 버마를 누르고 당당히 메르데카컵을 차지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전해드렸습니다”라는 스포츠 앵커의 환호 섞인 중계방송은 당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 개발에 힘쓰던 국민의 마음을 후련하게 했다.
‘박스컵’이라 불리던 ‘박정희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가 신설된 것도 쿠알라룸푸르의 낭보와 무관치 않다. 박스컵은 브라질, 체코, 이집트, 미국 등 참가국의 범위를 넓혀 아시아 스포츠의 품질을 높이는 계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기수, 홍수환, 유재두, 김태식 등 복싱 챔피언들의 KO승, 유고 사라예보에서 전해진 탁구 단체전 우승,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 배구 신동파의 강스파이크, 4번 타자 장훈ㆍ백인천이 일본 야구를 평정했다는 소식도 그랬다.
배고픈 70년대를 지나 81년 9월 독일의 온천 휴양도시 바덴바덴에서 울려 퍼진 사마란치의 “세울 코레아”라는 88 서울 올림픽 개최지 결정 선언의 감동, 이어 두 달 후 들려온 86 아시안게임 서울 유치 확정 소식은 70년대 감동을 넘어 국민에게 자부심과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스포츠는 단순한 어느 한 분야의 콘테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에너지요, 문화요, 국격이요, 외교다.
국민의 에너지가 국부를 키우고 나라의 위상을 높이며 남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지 못하게 한 첫 번째 사건은 뭐니 뭐니 해도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이다. 이 대회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또 우리의 문화와 관광자원을 알려 한류의 단초를 마련하고, 동서 양 진영과의 관계를 증진하는 포용력을 갖게 했다. 88 서울 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 1조3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져 86, 88년 두 대회를 합쳐 모두 4조3000억원의 생산을 유발했다. 수영 최윤희의 3관왕, 육상 임춘애의 맨발 질주가 준 감동 외에 금메달 93개로 한국의 위상을 명실상부한 ‘아시아 빅 3’에 올려놓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르게 될 우리나라는 86년 서울, 2002년 부산 대회를 거치면서 목표가 커졌다. 서울이 외형을 키우고 부산이 효율적이면서도 성숙한 운영 능력을 보였다면, 인천 아시안게임은 ‘아시아 중심 시대, 포용력과 우정 넘치는 아시아의 믿음직한 리더’의 면모를 확인시키는 시대적 소명이 있다. 최근 조직위가 공모해 당선된 응원문구 ‘스마일 인천, 하나 되는 아시아’에서는 인천시민의 사랑이 아시아 전체를 향하고 있음은 느끼게 한다.
2014 대회 전초전 및 리허설의 의미를 가지고 오는 29일 개막돼 8일간 댄스스포츠 등 9개 종목에서 우정의 한마당을 펼치게 될 ‘2013 실내 & 무도 아시아 경기대회’는 아시아인을 배려하려는 한국민의 노력, 국회와 정부의 지원 의지, 인천시민의 관심도를 검증하는 시험대다. 대한민국의 아시아 사랑을 보여주는 프리 아시안게임이다.
인천 지역 11개 대학총장과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자처하고, ‘미수다’에 출연한 아시아 각국 미녀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음식 품평회를 열어 참가자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을 보이는 등 세심함과 우정을 담은 크고 작은 이벤트가 즐비하다. 스포츠를 통해 긴장 완화를 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북한 참가 독려를 정중히 요청했다.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수조원을 훌쩍 넘지만, 그리 강조하고 싶지 않다. 아시안게임을 두고 “돈이 되느냐”는 질문은 2013년 대한민국 국격에 맞지 않다. 아시아의 리더답게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를 성공할 수 있도록 25일 아시안게임지원법을 처리하는 국회와 중앙정부의 통 큰 지원,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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