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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동의하기 어려운 금융지주 회장 연봉
은행 회장 등 금융회사 고위 임원의 보수 체계가 수술대에 올랐다. 연봉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난이 고조되자 금융당국이 성과 보상 기준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전수조사를 통해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경영성과는 갈수록 떨어지는데 보수는 터무니없이 치솟는다면 일반의 상식에 어긋난다. 당국이 조사에 나서는 건 당연하며 이미 기준에 어긋나는 정황들이 상당부분 포착됐다니 전면적인 연봉 체계 손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고액 연봉 논란의 중심은 은행이다. 은행권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경우 고정급여와 단기성과급에 장기성과급까지 합하면 연봉이 많게는 30억원에 이른다. 일당 800만원꼴이니 웬만한 직장인 몇 달치 월급을 하루에 받는 셈이다. ‘과도하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비난 여론이 증폭되자 금융지주회사들은 “장기 성과급의 경우 전액을 그대로 받는 것은 아니다”고 항변하면서도 실수령 규모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이유는 뻔하다. 알려진 것보다 다소 적다하더라도 구체적 내역이 밝혀지면 비난 여론이 더 거셀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연봉에 상응하는 일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 금융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더러 수백억원 연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철저히 경영과 투자실적에 따라 보수를 받으며, 투자에 실패하거나 성과가 떨어지면 아예 한 푼 건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도 ‘월가의 탐욕’이라며 거센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은행 회장들은 이 같은 리스크와 무관한 관리형 경영자일 뿐이다. 그런데도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다니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전수조사를 계기로 현실에 맞게 보수 규정을 정비하고, 이를 공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퇴임 관료들의 낙하산도 제지할 수 있다. 금융기업의 임원 보수가 턱없이 높아진데는 감독 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 더 철저한 감독과 지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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