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24권 전체를 핀 머리에 기록할 수 없을까요? 핀 머리 지름은 1.6㎜, 이를 2만5000배 확대하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모두 펼쳐놓은 넓이와 같습니다. 백과사전에 기록된 모든 것을 2만5000분의 1로 축소해 기록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할까요?”
1959년 12월 29일 미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훗날 노벨상을 받게 되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바닥에는 풍부한 공간이 있다’란 제목의 강연을 통해 혁명적인 화두를 던졌다. 바닥은 없는 것 같아서 얼마든지 파면 팔수록 깊이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극미세 기술인 나노(Nano)의 세상을 연 혁명적인 한 마디가 됐다.
하지만 당시 파인먼의 도발적인 문제제기에 청중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요즘 필수품인 선크림이나 에어컨까지 생활 곳곳에 나노기술을 응용한 제품이 널리 쓰이고 있는 점을 알았다면 청중들의 생각은 달라졌을 것이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