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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버냉키 쇼크와 미국경제 -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의 지난 19일 발언이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미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버냉키는 ‘올 연말 양적완화 축소, 내년 전반 양적완화 종료, 2015년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제시했다.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등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다. 버냉키 충격 이후 미국경제는 어디로 가나.

우선 미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월 850억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가 축소됨에 따라 금리 인상과 채권가격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으로의 자금 유턴과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진행되면 채권시장 둔화에 따른 채권투자자의 손실이 예상된다.

관건은 향후 금리의 향배다. 현재처럼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완만한 금리 상승은 경기가 개선되고 디플레 위험이 낮아진다는 징후로 볼 수 있어 채권에서 주식으로 뒤바뀜이 촉진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 여건에 비추어볼 때 급격한 이자율 상승 시나리오는 실현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10년물 국채 이자율이 2.4%대이고 소비자물가지수가 1%대인 상황에서 완만한 이자율 상승이 미치는 효과는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17번 기준금리가 인상되었지만 스탠다드앤푸어스 500지수는 11.3% 오르고 중소기업 관련 러셀 지수도 2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 경제는 1분기 2.4% 성장했고 미 연준은 금년에 2.3~2.6%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1.9%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당초 예상대로 연간 2.5% 내외 성장하려면 하반기에는 3%대 성장이 실현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측이 엇갈린다. IHS 선임경제학자 나리먼 베라베슈는 “금년 하반기와 내년 경제 여건에 대해 낙관론이 많다”고 주장한다. 상반기의 예산자동삭감에도 불구하고 경제 회복세가 계속 유지되고 있어 양적완화의 충격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경기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주택시장 상황은 어떠한가.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주택건축 호수는 연간 기준으로 91.4만 호에 달하고 있다. 단독주택 건축허가는 최근 5년간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신규주택 건설은 2012년 5월 이래 28.6% 늘어나 비교적 견고한 회복세를 보여준다. 특히 주택 현금구매 비율이 마이애미 65%, 로스엔젤러스 33%, 보스턴 30%로 주요 대도시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주택시장이 공급자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기지 이자율도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정도로 급속히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시장은 지난 5월 17.5만 명을 신규 창출하여 실업률이 7.6%에 머무르고 있다. 1분기 노동생산성도 불과 0.5% 상승에 그쳤다. 완만한 경기회복 패턴에 비추어 볼 때 하반기 이후 고용사정이 크게 호전될 확률은 크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신규고용에 신중한 입장이고 향후 빠른 경기회복을 기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뉴욕타임스/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9%가 현 경제 상황이 괜찮다고 답했는데 이는 2007년 12월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3월 발효된 예산자동삭감 시퀘스터가 총수요에 미치는 충격은 당초 우려에 비해 제한적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무급휴가, 사업중단 등으로 정부지출의 경기진작 기능이 약화되었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연초의 급여세율 및 소득세율 인상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지출은 크게 둔화되지 않고 있다. 특히 주정부 재정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작년에는 41개 주가 재정적자를 기록했지만 금년에는 대부분 흑자로 반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년 전 260억불 적자에서 금년 12~44억불 흑자 전환이 기대되며 플로리다, 뉴욕, 텍사스 등 주요 주도 사정이 호전되고 있다. 미국경제는 전반적으로 경기회복의 활력을 지속해가는 가운데 금융부문이 실물부문의 성장을 앞지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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