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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물고 뜯어도 제 밥그릇 챙기는 19대 국회
이른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관련 법안들이 26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 눈에 띄는 것은 국회법 개정안으로 국회의원 신분으로 변호사나 교수를 겸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다시 말해, 의정활동을 하면서 변호사 업무를 겸하며 틈틈이 거액의 수임료를 받거나 복귀를 목적으로 교단에 적을 박아두는 양다리 걸치기 의원인 ‘폴리페서’를 더 이상 없애자는 것이다.

모처럼 들어 보는 정치쇄신 법안인데다 더구나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내놓은 법적 조치여서 눈과 귀를 솔깃하게 한다. 그러나 한 꺼풀만 걷어내면 대한민국 정치의 저급함을 한눈에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현역인 19대 국회는 이 법에서 제외하고 개정안 공포 이후 국회의원이 된 이들부터 적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 국회의원 30% 정도가 변호사나 교수 등 든든한 직업을 가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신들까지는 겸직을 허용하겠다고 한 이유가 뻔히 보인다.

결국 정치쇄신이라고 내놓은 것이 제 밥그릇만 챙기는 꼼수나 마찬가지고, 특권을 내려놓겠다면서 자신의 것은 더 확고하게 움켜잡은 꼴이나 다름없다. 누구 먼저랄 것도 없이 여야는 지난 대선 때 특권을 허물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했다. 그럼으로써 한 표라도 더 얻어 내려했던 것을 웬만한 유권자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러고도 반 년 이상을 흘려보내더니 기껏 치졸의 극치로 특권을 더 포장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들이 더 괘씸하게 생각하는 것은,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둘러싸고 차마 남 보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서로를 물고 뜯고 할퀴는 와중에도 제 몫은 온전하게 챙겼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힐난 발언이 쏟아졌다지만 이 판국에 누가 옳고 그릇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여야가 한통속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적지 않은 의원들이 수백억에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불감당의 예산이 소요되는 입법을 마구잡이로 내놓아 “개념없다”는 지탄을 받아 온 터다. 이런 19대 국회라면 해머와 쇠사슬을 휘두르고 본회의장에 최루탄까지 터뜨려 갖은 비난을 받으며 역사 속으로 퇴장한 최악의 18대 국회와 다를 바 무엇인가. 국민들은 특권 중의 상특권인 면책ㆍ불체포특권까지 제한 또는 포기할 것을 요구해 온 지 오래다. 이번 개정안은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달리 방법이 없다. 개정안을 재개정해 얕은 수를 거둬들이고 대(對)국민 사과까지 고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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