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과세ㆍ감면제도를 전면 손질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특정 계층이나 산업을 지원 육성하기 위해 일정기간 세금을 깎아주거나 아예 면제해주는 제도를 유용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세제혜택은 주기는 쉬워도 시한이 만료돼도 중단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센데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세제혜택 항목 수가 점차 늘어 226개나 되고, 액수로는 연간 30조원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급기야 전체 국세 수입의 13~14%를 차지해 국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런 정도면 일정부분 손질이 불가피하다. 당초 의도한 목적을 이미 달성했거나 효과가 미미한 항목, 중복 혜택 등을 과감히 없애는 게 맞다.
그러나 세금 문제는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복잡하게 얽혀있어 질서있게 퇴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과세ㆍ감면제도의 수혜자는 주로 서민 근로자와 중소기업 등으로 전체의 비중의 60%가 넘는다. 혜택을 줄이면 이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그렇지 않아도 얇은 봉급생활자들의 유리지갑이 더 얇아지면 근로의욕 위축뿐 아니라 그 부담으로 소비가 줄어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계층을 가능한 한 고소득층과 대기업으로 한정하겠다고 하지만 이 또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 연구ㆍ개발(R&D)이나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줄이거나 없애면 기업의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도 함께 떨어진다. 자칫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훨씬 더 큰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 사회적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비과세 감면 작업이 섬세하면서도 신중하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는 이렇게 많다.
더욱이 세제 개편은 박근혜정부가 공약한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어서 탐탁지 않게 보는 시각이 많다. 서민을 위한 복지를 확충하기 위해 서민들의 주머니를 턴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렇게 쥐어짜도 5년간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는 돈은 18조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135조원의 전체 복지공약 재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국채를 찍어 나랏빚을 마구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뜩이나 경기 부진으로 당장의 세수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 불요불급한 분야는 뒤로 미루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