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좌절된 것은 금강산 관광뿐만 아니다. 이산가족 상봉 사업도 중단됐다. 그러면서 매년 수천명에 이르는 이산가족이 헤어진 가족의 생사도 알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했다.
다음달이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정확히 5년이 된다. 지난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단된 관광이 아직도 그대로다. 이달 초 남북 당국회담 개최 일정이 잡히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도 했으나, ‘격(格) 공방’ 끝에 회담이 무산됐고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을 공개, 남북 관계 신뢰 구축에도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5년 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 기자는 금강산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유한킴벌리가 식목일을 앞두고 실시한 금강산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한 것. 강원도 고성 남측 출입국사무소(CIQ)를 출발한 관광버스가 금강산 관광지가 있는 온정리로 들어설 때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북한 현지 주민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량 곁을 지나가던 모습이며, 길 옆 밭에서 황소 두 마리를 끌고 밭갈이를 하던 모습.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서 북한 주민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일부 주민은 버스를 향해 미소 짓기까지 했다. 시계추를 조금 더 뒤로 돌려보자. 기자는 2004년에도 금강산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증권업계 워크숍을 금강산에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때만 하더라도 온정리에 들어서는 길에 북한 주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버스가 지나가는 시간에 맞춰 주민들을 통제하는 모습은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까닭에 2008년 봄 달라진 온정리의 풍경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잊혀지지 않고 봄만 되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금강산 호텔에서 일하던 L 씨는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그가 들려준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 느낌이다. 북한 기자들도 술을 엄청나게 많이 마신다는 이야기, 북한 청춘남녀들의 데이트 이야기 등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호텔에서 한국 노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도 들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5년간 그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바뀌었고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아들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서해에서 천안함 격추 사건이 발생했고,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이 있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뛰어온 현대아산의 노력은 번번이 좌절됐다. 결국 현대아산의 관광 관련 일자리가 상당수 줄어들었고, 관광 상품을 판매하던 여행사들도 제각각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좌절된 것은 금강산 관광뿐만 아니다. 이산가족 상봉 사업도 중단됐다. 그러면서 매년 수천명에 이르는 이산가족이 헤어진 가족의 생사도 알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했다. 국내 한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이산가족 사망자는 연간 약 3800명에 달한다. 그리고 사망률과 상봉률 격차로 인해 상봉 기회를 갖지 못하고 사망하는 이산가족이 연간 2000명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5주년을 앞두고 27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과 북한 핵문제 관련 정상회담을 갖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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