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때 남미를 여행하다 한 캐나다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다. 몬트리올시의 건강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중년의 여성 공무원이었는데, 6개월 일정으로 중남미를 일주하고 있었다. 코스타리카에서 파나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를 거쳐 브라질로 중남미 구석구석을 여행 중이었다. 직장인이 어떻게 6개월 동안 여행할 수 있는지 그 배경이 궁금했다.
클레어 몬도우라는 그 여성은 캐나다에서 7년에 한번씩 6개월~1년 동안의 장기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가기간 중에도 임금을 받을 수 있는데, 받은 임금에 대해선 일정 기간 분할상환해야 한다. 그녀는 휴가기간을 포함해 4년 동안 85%의 임금을 받기로 하고 6개월 휴가를 얻었다고 했다. 휴가기간에 받은 급여를 3년 반 동안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상환하는 것이다.
상환기간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상환기간을 1년으로 한다면, 여행 기간과 그에 상응하는 근무기간 동안 똑같이 50%의 임금을 받게 된다. 휴가 기간 중에도 일정한 임금이 나오기 때문에 여행비와 보험료 등 필수적인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클레어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일인 국민 건강과 보건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여행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한국이야말로 이런 제도가 진짜 필요한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원이 부족하고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고도의 압축성장을 했지만, 그 대가로 낮은 행복도와 높은 스트레스 지수를 갖고 있는 나라가 한국 아닌가.
물론 한국의 휴가문화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연중휴가제, 집중휴가제가 확산되고, 몇 년 동안 쓸 수 있는 휴가를 모아 1~2개월 휴가를 쓰는 경우도 있다. 제도적으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실제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휴가문화를 바꿀 때가 됐다. 잘 노는 것, 제대로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함으로써 노동의 활력을 찾는 것도 경쟁력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잃어버린 삶의 여유를 되찾고 흐트러진 가족과 공동체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건강한 삶의 기초다.
휴가는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요소지만, 경제적ㆍ사회적 효익도 만만찮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민의 63%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들의 휴가비 지출액은 약 4조원으로 추산됐다. 이로 인한 생산유발효과가 6조5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3조2762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런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삶의 여유를 회복함으로써 갖게 되는 갈등 해소와 같은, 보이지 않는 효과다. 이는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몇 년 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이 더 절실하다. 휴가문화 개선을 개인에 맡기기보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해 규정을 지키고 휴가를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 비우고 떠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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