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27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채택한 ‘한ㆍ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은 역사적으로나 시기적으로나 의미가 크다. 새로운 도약기를 맞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청사진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을 맞은 시 주석은 물론 중국 현지 분위기 전체가 전에 없이 매우 우호적이었다는 소식이다.
시 주석 역시 까다로운 의제에도 불구하고 시종 한반도 비핵화, 6자회담 재개, 한반도 평화통일 등에 대한 지지로 박 대통령에게 화답했다고 한다. 특히 북한 핵문제와 관련, 두 정상은 북한의 핵보유 반대를 분명히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전에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물론 북한 핵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유관 핵’으로 사실상 북한 핵을 지칭하고 이를 불용하겠다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한 것이다. 안보리 결의 및 9ㆍ19 공동성명 등 국제 의무와 약속이행을 공동성명에 포함시킨 것도 큰 수확이다.
또 하나 큰 성과라면 양국 지도자 간에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정상 간에 원활한 상호 방문과 통화는 물론이고, 특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부총리급인 외교 담당 국무위원 간의 대화체제 신설 및 외교장관 간의 핫라인 개설은 북한 핵문제로 야기된 한반도 안보불안정세와 관련해 획기적인 변화로 꼽을 만하다. 과거 20년 넘게 경제 분야에만 치중돼 온 양국 관계가 비로소 정치ㆍ안보 분야로 확대 심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물론 양국 정상은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수준 높은 경제협력 강화 약속도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천을 강조한 점이 두드러진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3대 중점 추진 방안과 5대 세부 이행계획서와 함께 별도 부속서라는 구체적인 액션플랜까지 내놓았다. 차질 없는 실천의지를 전에 없이 강조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튼튼한 유대를 안팎에 과시했다는 평가다.
이런 사실을 북한은 누구보다 더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간 맹방관계이던 중국이 이처럼 북한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확고하게 선을 거듭 긋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는 일이야말로 지금 북한 권부가 우선해야 할 일이다. 우리 외교당국 역시 남은 과제가 녹록하지는 않음을 알아야 한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이번 합의사항은 한ㆍ미ㆍ중 3자 협력의 틀 안에서 차근차근 이행하고 점검하며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