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국가기록관에 보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을 열람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발언이 사실이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제안했다. 반면 사실이 아니면 새누리당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10ㆍ4 정신’ 계승ㆍ이행을 약속하라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당시 북측에 한 제의는 NLL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이를 기선으로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자는 것이었다는 게 문 의원의 주장인 셈이다.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논의에는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 김관진 합참의장, 윤병세 외교안보수석 등 박근혜정부 인사들도 참여한 만큼 문 의원으로선 한번 해 볼 만한 제안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특히 윤 전 수석은 회담 준비 자료를 총괄했고, 김 전 장관은 당시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 후속 국방장관 회담에서 NLL을 고수하지 않았냐는 게 자신감의 배경이다.
문 의원의 제안으로 여야 간 NLL을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여야가 일진일퇴 공방을 벌이더니 급기야 문 의원이 배수진을 치며 비장의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NLL 논쟁은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공개, 새누리당의 노 전 대통령 NLL 포기 주장, 김무성 의원 대화록 사전 입수 의혹, 권영세 전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 발언 도청 시비, 민주당 장외 집회 등으로 지루하게 이어져 왔다. 그러나 점차 논쟁이 정쟁으로 흐르면서 국민들은 짜증스럽고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문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도를 넘은 NLL 논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서는 국가기록관 문건을 여야가 공개적으로 열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서로 자기 입장에서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대화록을 해석하기 때문에 이대로 뒀다가는 NLL 논쟁은 남북이 통일되기 전까지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정치권이 이전투구한다고 NLL의 위치가 바뀌거나 없어지는 게 아니다. 2007 남북정상회담 이후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NLL은 그대로인데 정쟁만 난무하고, 국민들은 되레 정치 불신과 혐오감만 깊어지고 있다. NLL을 두고 남남갈등을 빚는 것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만 NLL 싸움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가려 하는가, 또 민주당은 장외 투쟁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 정치인가 냉정히 따져보기 바란다. NLL보다 더 화급한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사실부터 여야 모두 상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