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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박인호> 밤하늘 별이 되는 ‘전원의 축복’
7월로 접어든 강원 산간지역의 밭에서는 벌써 옥수수가 한창 여물어 간다. 지난 4월 10일 씨를 뿌린 지 아직 석 달이 채 안되었지만, 잘 자란 것은 내 키를 훌쩍 넘는다.

참 신기하다. 그 작은 옥수수 알갱이가 싹을 틔우고 2m 이상 쑥쑥 자라는 것도 그렇고, 한 알로 수백 배 이상의 결실을 맺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홍천의 깊은 산골로 들어와 수년째 농사와 전원생활을 통해 맛보는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바로 이 같은 생명의 경이, 자연의 결실을 직접 ‘보고’ ‘느끼고’ 그리고 ‘얻는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도시에선 거의 불가능한 전원의 축복이다.

생명의 경이란 새 생명 탄생의 오묘함뿐 아니라 그 생명 에너지에 대한 경탄이기도 하다. 최근의 일이다. 지난 2년간 나무줄기와 가지가 말라비틀어진 채로 있어, 아예 죽었다고 포기한 사철나무의 밑동에서 다시 작은 새 가지와 잎이 돋아나와 푸르름을 뽐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때의 놀라움과 기쁨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마치 사철나무의 생명력이 내 몸 안으로 들어와 충전이 되는 듯하다. 미국작가 O.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병을 앓던 젊은 환자가 벽에 그려진 마지막 잎새를 보고 다시 삶의 희망을 안고 일어서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전원생활은 흥미진진하고 기쁨 충만한 나날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는 늘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소박하되 여유로운 삶의 자세를 견지해 나갈 때에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반복되는 전원의 일상과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이를 잃게 된다.

지난 3월부터 평일 밤이면 마을에 있는 한 초등학교로 ‘출근 아닌 출근’을 한다. 방과 후 수업이 끝난 몇몇 학생들을 차에 태워 집에 데려다 주는 일을 맡게 되었다. 약간의 시급을 받긴 하지만 밤마다 정시에 집을 나서야 하기에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그래서일까. 자연은 예상치 못한 놀라운 선물을 안겨줬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밤하늘의 달과 별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

아이들을 데려다 주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조금 일찍 도착한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집 어귀에 내려주고 들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달과 별과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이때만큼은 나도 달이 되고 별이 된다.

자연은 늘 그대로 있다. 항상 쫓기며 사는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서기만 하면 즉시 기쁨과 평안, 생명 충만함을 선물한다. 그래서 전원생활은 축복이다.

각박하고 소모적인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은 누구나 다 전원생활을 꿈꾼다. 스스로 욕심과 조급함을 내려놓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자연을 닮아가려는 소박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진다면 누구나 행복한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다. 예비 귀농ㆍ귀촌인 등 이를 준비 중인 이들은 물론, 이미 전원에서 생활 중인 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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