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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돈으로 훈·포장 사고판 추한 직능단체들
직능단체가 구성원에 대한 정부의 훈ㆍ포장을 추천하면서 내부적으로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문제가 된 곳은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로, 2004년 제정된 ‘직능인 경제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둔 직능단체 연합체다. 이 단체의 공적심사위원회가 훈ㆍ포장 추천 과정에서 회원들로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찬조금을 받았다가 안전행정부로부터 적발된 것이다.

2일 언론에 공개된 최근 수년간의 관련 회의 녹취록은 돈에 얼룩진 훈ㆍ포장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공적이라는 걸 올려야 하는데… 형무소에 들어가 있던 걸 공적으로 할 수도 없고 애매하다.” “(그래도) 1000만원 냈잖아. 그걸 어떻게 할 거냐.” 물증대로라면 때마다 자기네끼리 쑥덕쑥덕 ‘돈 놓고 훈ㆍ포장 먹기’를 일삼으며 돈만 내면 전과자도 버젓이 공적자로 둔갑시켰다는 얘기다.

이들은 한술 더 떠 훈장 4000만원, 포장 1000만원, 대통령 표창 500만원, 국무총리 표창 200만원으로 정해놓고 당사자들을 설득까지 했다고 한다. 아예 훈ㆍ포장 장사를 해 온 것이나 다름없다. 실소를 금치 못하는 것은 이 부분은 기록으로 남기지 말자고 다짐하는 대목이다. 잘못임을 분명 알긴 알았던 모양이다. 더 가관인 것은 공적보다는 돈 낸 순서대로 대상자를 선정했다는 점이다. 포상 지침은 분명 특정조직에의 기여도(회비나 기부금품 납부 등)를 심사기준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들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직능단체는 직업적 기능을 업으로 삼는 이들을 한데 모은 구성체를 의미하기에 직종이 있는 곳엔 이익단체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이들 단체가 순기능을 발휘하면 그 힘은 곧 사회나 국가 차원의 구동체가 되지만, 그 반대라면 흔히 민폐만 끼치게 되고 만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몸을 낮춰 나보다 못한 이들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단체도 얼마든지 많다. 사회적 기회 균등차원에서 차제에 직능단체의 옥석을 엄하게 가릴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된 직능단체도 문제지만 이를 모르고 때마다 족족 한 톨의 의심도 없이 각종 훈ㆍ포장 자격을 부여해 온 눈먼 행정이 더 큰 문제다. 사회와 국가, 국민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ㆍ포장이나 표창을 받은 이들에게 면목이 없게 됐다. 이번 파문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안행부가 뒤늦게나마 지침을 위배한 직능단체를 규제하고 개선방안도 곧 내놓겠다고 한다. 사회개혁이란 바로 이런 것을 바로잡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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