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외교는 진실 위에 있다는 점에서 ‘선전(propaganda)’과 다르다. 국민을 위해 뚜벅뚜벅 걷겠다는 박대통령의 국가관에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방중선전은 잠시 접어둬야 하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 칭화(淸華)대 연설은 많은 면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유창한 중국어는 물론이고, 중국의 철학과 역사,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이를 통해 한ㆍ중 양국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화법은 박 대통령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일각에선 에이브러햄 링컨을 비롯해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등으로 이어지는 미국 대통령의 명연설을 우리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있게 됐다는 자부심마저 나온다. 청와대 주변에선 이런 모습에 고무된 듯 박 대통령이 ‘퍼블릭 디플로머시(public diplomacyㆍ공공외교)’의 새 장을 썼다고 평가했다.
방중 성과는 많았다. 중국 정치인은 물론 중국인들로부터 융숭한 대접도 받았다. 북핵과 관련된 양자 성명에서 만큼은 ‘굉장히 엄격한(tight)’ 중국이 이례적으로 “유관 핵무기”라는 표현도 쓰게 만들었다.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높은 수준의 FTA”라는 통큰 양보를 끌어냈다. 안정감이 있으면서, 조용히 실리를 챙기는 지도자라는 칭찬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에서 돌아온 지 엊그제인데 벌써 후식마저 먹은 듯한 모습에 속이 개운치 않다. 지한파로 알려진 런민르바오(人民日報) 대기자 쉬바오캉이 전하는 박 대통령의 중국에서 6가지 유명세 이유를 접하면 목에 가시가 걸린 듯 거북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미국과 동등한 대국(大國)으로 중국을 인정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북한 문제에 있어 대화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국가와 결혼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의) 오랜 친구 박근혜”를 낳고 있다는 분석에 가서는 더욱 그렇다.
중국의 기대처럼 남북관계가 잘 풀릴 조짐도 지금으로서는 안 보인다. 죽은 듯했던 북방한계선(NLL) 유령은 다시 살아나 국내 여론은 흑(黑)과 백(白)을 철저하게 갈라섰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대화록까지 공개됐다. 조선시대 ‘모든 백성의 지아비’라고 불리는 절대권력의 왕조차 볼 수 없었던 사초가 민낯을 드러낸 것과 똑같은 초유의 일이다. 언제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지도 기약하기 어렵다. 격(格)을 내세우며 어렵사리 성사된 회담마저 걷어차 버린 남과 북이다.
휘발성이 강한 한ㆍ중 FTA에 대해선 이렇다 할 설명도 없고 기대감만 부풀리고 있다. 2일부터 6차 실무협상이 열리는 부산에선 ‘한ㆍ중 FTA 중단 농수축산비상대책위’ 2만여명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지만 정부는 애써 눈감는 모양새다. 부정부패도 그렇다. ‘돈이면 모든 게 통한다’는 중국에서조차 지도자의 부정부패만큼은 철저하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고위 공직자건 아니건 부정부패는 여전하고 낙하산에 관치금융 논란까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공공외교는 진실 위에 있다는 점에서 ‘선전(propaganda)’과 다르다. 국민을 위해 뚜벅뚜벅 걷겠다는 박 대통령의 국가관에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방중 선전은 잠시 접어둬야 하지 않을까. 중국에서의 좋았던 기억은 잠시 잊고 이젠 공공내교(內交)를 쌓아야 되지 않을까. 오로지 진실과 국민을 위한 내교를 보고 싶다.
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