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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한만희> 풋살과 세종시
풋살 선수들의 정규 축구장 경기
적극적 공수협력으로 가능할 일
논란의 한 중심 ‘세종시 비효율’
정부의 작은 변화로 개선 가능



풋살이라는 경기가 있다. 일종의 ‘미니축구’다. 11명씩 경기하는 축구와 달리 풋살은 5명이 한 팀으로 경기장과 경기시간도 축구경기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풋살은 공ㆍ수 구분 없이 경기 전개가 빠르고 개인기와 정교한 패스가 어우러져 박진감이 넘친다.

이처럼 작은 공간에서 경기를 즐기던 풋살 선수들에게 이제 실력을 쌓았으니 더 많은 관중을 위해 넓은 축구장으로 옮겨 경기를 하자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첫 번째 시나리오. 풋살에서 익힌 전략과 기술을 활용해 선수들이 짜임새 있게 경기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 선수들이 운동량을 늘리지 않고 주어진 범위에서만 움직이며 볼이 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 경우 볼 배급을 맡은 미드필더는 기진맥진하고, 그저 길게 볼을 차 넘기는 소위 ‘뻥 축구’로 끝나기 십상이다.

넓어진 경기장을 커버하느라 지친 미드필더의 모습과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힘들어하는 이전 부처 공무원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겹치는 것은 필자의 과도한 연상일까? 작년 말부터 시작된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 이후 장ㆍ차관은 물론 실무책임자인 국ㆍ과장들이 회의 참석이나 국회보고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고 업무 비효율이 심하다는 지적이 자주 나온다. 장관들이 세종시에 머문 날들을 집계해 성적표 공개하듯 보도하는 경우도 있었고, 관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차 속에서 보낸다고 차관(車官)이라고 이름 붙인 기사도 있었다.

풋살 선수들을 큰 경기장으로 옮기면서 기대하는 첫 번째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인가? 어렵지만 가능하다고 본다. 모든 선수들이 같이 움직이는 풋살 경기의 전략을 되살리는 것이다. 경기장이 넓어져 힘들어도 공격수가 수비라인으로 내려와 몸싸움을 해주고, 수비수도 하프라인을 넘어가 볼을 띄워주면서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종시 이전으로 인한 행정 비효율도 해당 부처에만 책임을 넘길 게 아니다. 관련 기관과 국민들이 조금씩 이들의 부담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상임위 등 국회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문제인데, 세종시에 상임위 회의실을 여러개 마련해 수시로 이곳에서 회의를 여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의원실 방문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전 부처와 관련된 상임위위원들에게는 청사 인근에 소규모 사무실을 제공하고 이곳에서 각종 보고나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도 있다. 감사나 조직ㆍ인사 등 지원 부처도 일부 조직을 세종시에 배치해 업무를 수행토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내 회의 관행도 바꿀 때가 됐다. 일주일에도 서너 번씩 관계부처 장관회의가 열리는데 그때마다 참석자의 직급을 따지니 장ㆍ차관은 대부분 서울 또는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제는 회의 내용에 특별한 의견이 없을땐 실ㆍ국장이 대신 참석하거나 실무자가 옵서버로 참석, 회의 내용을 파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혹시라도 이들 회의에서 빠진 사항이 있다면 매주 한 차례씩 개최되는 국무회의와 차관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거르면 된다.

더 고민해야 할 것은 세종청사의 접근성 문제다. 현재 KTX 오송역에서 세종청사까지 간선급행버스(BRT)가 10∼20분 간격으로 운영 중인데, 환승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또 세종청사를 방문하는 회의 참석자, 민원인의 수가 급속히 증가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KTX가 세종청사에 바로 닿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세종시는 전국이 고루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건설하는 도시다. 그간의 경위가 어찌됐든 이로 인해 정부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큰 경기장으로 옮긴 풋살 선수들이 뻥 축구가 아닌 물 흘러가듯 유연한 축구를 하기를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이전 부처 공무원들이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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