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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먹거리 안전 없이 선진국 진입은 요원
충격적인 불량식품 사건이 또 벌어졌다. 아이들의 밥에 뿌려 먹는 일명 ‘맛가루’ 일부가 폐기하거나 기껏 가축사료로 써야 할 재료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유통과정에서 상하거나 짓밟힌 양배추 브로콜리 상추 등을 싼 값에 사들여 건조시킨 뒤 맛가루 원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다시마도 전복 양식용을 가져다 썼다. 이런 불량 재료들이 들어간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엄마들은 이 가루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먹밥 등을 만들어 준 것이다. 더욱이 젖을 막 뗀 아기들 이유식에도 사용했다니 부끄럽고 기가 막힐 뿐이다.

식품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악의 범죄라는 살인사건도 따지고 보면 특정 개인에 국한된 일이다. 하지만 불량식품 제조와 판매는 불특정 다수인 국민 모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쁜 중대 범죄다. 불량 부정식품 등 먹거리 관련 사범을 다른 범죄보다 더 엄중하게 다뤄야 하는 까닭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척결해야 할 ‘4대 사회악’의 하나로 불량식품을 적시했겠는가.

그런데도 불량식품 사건이 하루가 멀다고 불거지는 것은 처벌이 너무 가볍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이 불량식품 범죄를 키워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정 불량식품 적발 건수는 매년 큰 폭 늘어나지만 대부분 벌금이나 가벼운 행정처분으로 끝나고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1%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러니 비위생적인 원료를 쓰는 것은 물론 원산지를 속이고 심지어 유통기한을 멋대로 늘리는 범죄가 난무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불량식품을 만들어 팔면 매출액 10배를 환수하는 등 관련법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식품 범죄는 한 번 저지르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하게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정도로 처벌을 강화해야 근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검찰과 경찰이 협력해 상시 단속 체제를 갖춰야 한다. 시민들의 활발한 신고 등 자발적 동참은 필수다.

무엇보다 식품제조업자들의 윤리의식이 확고해야 한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을 만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무더위와 함께 본격 장마철이 시작됐다. 자칫 위생관리에 소홀하면 건강을 잃기 쉬운 시기다. 정부와 업계, 국민 모두 식품 안전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선진국 문턱에서 맴돌기만 할 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먹거리 안전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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