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광장
주요국 중앙銀 물가안정 집착과도한 저금리 위기 단초 제공
韓銀, 금융불균형 선제대응 등
거시건전성 정책수단 활용해야
최근 금융위기가 빈발하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금융 불균형에 대해 얼마나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2007년 이전만 해도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명시적인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은 물론, 물가안정과 고용증진의 이중책무를 부여받은 미 연준의 경우에도 금융 불균형에 대응한 선제적인 통화정책 운용에 반대하는 견해가 우세했다. 자산가격 거품과 같은 금융 불균형의 정도를 적시에 판단해내기도 어렵지만, 주택시장 등 국지적인 거품에 대응하여 경제 전반에 전면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리라는 무차별적인 정책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다만 통화정책은 이러한 거품이 꺼지고 난 후 그 부작용을 축소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린스펀 전 의장의 소위 ‘거품청소론’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에만 집착한 나머지 저물가를 배경으로 과도한 저금리를 유지하여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금융 불균형에 대한 선제적 대응론이 다시 힘을 얻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신흥국은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금융안정 목적을 과연 얼마나,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아직 합의된 결론은 없지만 통화당국이 눈여겨봐야 할 몇 가지 논점들이 있다.
첫째, 통화정책의 실제 운용에 있어 금융 불균형을 고려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이다. 여기에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적함수에 물가안정과 총생산에 더해 금융안정을 명시적인 목적변수로 추가해야 한다는 견해와, 중기적인 시계에서 물가와 총생산을 안정화시키는, 보다 유연한 물가안정목표제를 유지하면서 금융 불균형이 미래 물가와 생산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 내에서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가 양립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목적변수에 금융안정을 추가하는 첫 번째 접근법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이 저하되어 경기 및 물가안정 효과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따라서 통화당국은 정책운용의 시계를 보다 확대하고 금융 불균형을 통화정책 파급 경로에 내생화시켜 물가안정목표제를 지금보다 훨씬 유연하게 운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금융 불균형이 물가와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경로와 상호작용에 대한 통화당국의 깊은 이해가 요구됨은 물론이다.
둘째,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금융 불균형의 범위에 대한 논의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부동산 거품 등 금융기관의 신용 확대를 수반하는 금융 불균형의 경우에는 통화정책을 통해 선제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신용 확대를 수반하지 않는 주식시장 과열 등의 거품에 대해서는 사후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절충적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데, 우리 통화당국도 이러한 접근법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관계 설정에 대한 논의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신흥국은 금융 사이클이 글로벌 유동성에 크게 영향받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금융 불균형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자산가격 상승이나 신용 확대에 대응한 금리인상이 자본유입을 촉진하여 오히려 거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하에서는 금융 사이클과 실물경제가 괴리되고 통화정책의 경기조절 기능도 약화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 불균형의 일차적인 방어기제로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금융 시스템의 과도한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동시에, 경기와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