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입버릇처럼 강조해왔다.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관련 대책도 수시로 내놓았다. 지난 5년간 발표한 것만 해도 20회가 넘을 정도다. 정부가 서비스 산업 중요성을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 규모를 더 키우려면 서비스 산업이 그 중심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서비스 산업은 고용의 70%,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내용이 단단하지 못하다.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서비스 수지는 매년 적자다. 이러니 정부가 사흘이 멀다하고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4일 발표한 ‘서비스 산업 1단계 대책’은 너무 실망스럽다. 한 마디로 곁가지만 난무할 뿐 정작 알맹이가 빠진 모습이다. 물론 전혀 의미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제조업에 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았던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금융 혜택을 확대키로 한 것은 반가운 조치다. 중소기업 분류 기준을 제조업처럼 조정해 전기료와 수도요금 등을 깎아주기로 한 것은 당장 해당 업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생활숙박시설 입지 규제완화 등 적절한 손톱 밑 가시 뽑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는 약하다. 손톱 밑 가시를 뽑을 게 아니라 단단히 박힌 대못을 뽑아내겠다는 더 강력한 의지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지난 정부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과 카지노 허용 등 민감한 내용이 이번에도 빠진 게 그 대표적 예다. 카지노 리조트 하나가 들어서면 수천 수만개의 일자리가 따라 생긴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외국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로펌 설립을 허용하고 법인약국도 인정해야 한다.
이런 현안의 진척이 더딘 것은 기득권 장벽이 너무 높아서다. 서비스 산업이 명실상부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작동하려면 이 벽을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익집단과 기득권층의 반발에 흔들리면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는 까마득한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이번이 1단계 대책이라니 곧 나올 2차대책에는 대못을 뽑아내는 획기적 개선안이 나오리라 믿는다. 정치권도 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표를 의식해 이익집단 눈치만 살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무엇이 국민과 국가의 이익이 되는 길인지를 먼저 냉정히 따져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