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또 정상에 올랐다. 지금까지 27회 출전해 18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2007년 일본대회 이후 4연패의 위업도 달성했다. 우리 참가 선수들의 기술력은 2, 3위를 기록한 스위스 타이완 등 경쟁국을 압도할 정도로 탁월했다. 37개 직종에 41명이 출전, 12개의 금메달을 비롯해 23개의 메달을 휩쓸었으며, 전 선수가 우수상 이상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쾌거를 이룬 우리 젊은 기능인들이 더없이 자랑스럽고 든든하다. 이들에게 뜨거운 격려와 갈채를 보낸다.
산업화 과정을 거쳐 우리 경제가 세계 15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이들 기술인력은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1970년대 기술보국(技術報國) 기치를 내건 정부 주도로 젊은 기술인력을 대거 양성, 산업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기술계 고등학교는 기술인력 배출에 핵심 거점이었으며, 산업화에 이바지한다는 졸업생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기술인력을 우대하고 배려하는 정책 덕에 중학교를 졸업하면 전문계 고교에 진학하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떤지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도 자부심은커녕 먹고살기도 어렵다는 소리도 들린다. 격려는 고사하고 홀대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아예 다른 전공을 찾아 대학에 진학하는 기술인도 많다고 한다. 오죽하면 지난 대회에 한국 대표단을 인솔했던 한 인사는 우승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숙련된 기술인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일침했을 정도다.
기술인력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 결국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할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책적으로 기술인을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등록금이 비싸지만 졸업장을 따기 위해 대학에 가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 이미 우리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힘들게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일자리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데도 기술을 배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기술인을 홀대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다행히 최근 각 기업이 고졸 기술인력에게 문호를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 학력보다 능력을 인정해주고 일할 곳이 많다면 대학보다 기능을 익히려는 젊은이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기능인력 양성에 일관된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적인 뒷받침은 필수다. 기술인력이 대접받는 사회가 돼야 국가경쟁력은 물론, 우리 사회의 희망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