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문턱에 선 한국경제
건설사 투명경영 뼈깎는 노력
정부는 새성장판 육성방안 마련
밑바닥 경제 온기 돌게 해야
경제발전의 1차적 원동력은 자금이다. 보릿고개를 딛고 경제성장의 고삐를 당기던 지난 60~70년대의 달러($)는 그래서 중요했다. 해외시장에 내다 팔 상품 하나 변변치 못하다 보니 몸으로 때우는 인력수출이 앞장을 섰고 서독 광부를 비롯해 간호사, 월남 파견 등이 그것이다. 80년대 들어서는 단순 인력수출을 넘어 경험을 동반한 부가가치수출이 시작됐고 해외건설이최고의 효자였다. 이렇게 해서 축적된 자금이 전후 최대 고도성장의 한국 발전 모델을 만들어냈고 세계 10위권 무역국으로 성장하는 데 디딤돌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도성장을 끝낸 한국경제는 저성장이라는 문턱에 걸려 있다. 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제2의 산업을 찾아야 2만달러의 한계 극복이 가능하다. 산업구조 개편과 성장동력 회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첨단 IT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서비스 산업 육성이 적극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바로 신ㆍ구산업의 조화다. 특히 고도성장기를 이끈 건설산업을 어떻게 소프트랜딩 시킬 것이냐하는 점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일감 기근과 전근대적 경영 등으로 내외우환이 겹친 건설산업은 오가지도 못하는 막다른 골목이 다달은 느낌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경제민주화 흐름 속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인식, 내팽개쳐진 상태다. 중대형 건설사의 절반 정도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 2008년 1만2711개사에 달했던 종합건설업체가 5월 현재 1만1235개사로 1476개사가 사라졌다.
전문건설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1만여개 회사가 부도 내지는 자진폐업,등록말소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벌어서 이자를 내지 못하는 건설사가 대부분이다. 금융위기 이후 해외건설로 명백을 유지해 온 업체들도 저가수주 여파로 수천억씩 적자를 내고 오너가 물러앉는 신세다. 서너개의 대형업체 추가부도설이 난무하고 건설업은 이제 끝났다는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기업 의욕이 망실되어 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부, 정치권 모두가 강 건너 불구경이다. 되레 부동산 패닉의 주범 4대강, 하도급, 비자금 등의 비리로 퇴출산업 1순위로 꼽힐 정도다. 세무당국은 물불 안 가리고 뒤지고 있다. 물론 1차 책임은 건설업계 스스로에 있다. 수익성보다 외형에 눈이 어두운 죄(?)는 물론 한건주의가 만연하면서 인맥 로비에 정신을 팔아 온 고질병에 기인한 것이다. 세상은 날로 치밀,정확,투명해져가는데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업역을 소화한 결과다.
이는 소비자, 발주자, 사정기관으로부터 불신과 외면을 불러왔다. 1년에 4번 정도 압수수색을 당하는 게 건설업체의 현실이라는 대형건설사 CEO의 푸념에서 건설업의 위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연거푸 압수수색과 수사를 받다 보니 기업도 패닉에 빠져 있다. 도전의식마저 없어지고 조직 자체가 와해될 지경이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우선이다. 천수답경영이 아닌 스스로의 경영혁신을 통한 사업의 투명성 제고가 시급하다. 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업계 스스로 서기 위한 몸살을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공유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구시대적 잣대로 건설업을 볼 게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의 축으로 인식, 장기발전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 규모에 비해 업체 수가 너무 많은 것을 감안, 퇴출을 가속화해 구조조정을 조기 매듭짓는 게 필요하다. 건전업체 중심의 지원이 우선이다. 건설이야말로 융복합산업의 대표주자로 창조경제의 한축을 담당할수 있다. 고급화된 건설 서비스 직종 개발 역시 가능하다. 300만명에 달하는 건설관련 일자리 외에 인테리어, 가구, 건자재, 중개업소 등 연관 산업을 살려야 밑바닥경제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감 목마름의 갈증을 해결하는 것 역시 급하다. 예산타령만 할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인프라를 민간자본으로 이를 충당, 연평균 100조원대로 떨어진 건설시장 규모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장마에 뚝이 터져 긴급발주공사라도 한 건 터져주길 바라는 건설업계 심정을 정부와 정치권은 십분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