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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신율> 대통령의 정치 거리두기
국정원·NLL문제 정쟁인식 곤란
정치는 ‘갈등조정의 쿠션’
최고권력자로서 입장 명확히 하고
시민사회와 끊임없이 소통나서야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 정쟁과 거리두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정쟁과는 거리를 두고 외교와 정책 분야에 치중한 것이 지금의 지지율 상승을 유도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물론 대통령이 지나치게 정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정쟁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권력 투쟁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사회적 갈등을 대변해야 하는 정당 간의 갈등을 의미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무조건 정쟁과 거리를 둬서는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하기가 힘들어 질 수도 있고 또 그렇게 되면 지지율은 가라앉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더구나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이나 NLL문제 같은 것을 정쟁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이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이며, 또 국가기관의 역할과 정치 왜곡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이런 문제와 거리를 둬서 지지율이 올라갔다면 역설적으로 대통령은 스스로 권한을 줄이고 자신의 임무를 방기할수록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논리도 발생할 수 있다. 너무나 위험할 뿐 아니라, 지극히 표면적인 분석 아닌 주장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이런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정치와 거리를 둬서 지지율이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이게 맞는 분석이라는 생각이다. 자칫 정쟁과 거리를 두다 보면 정치를 멀리하게 되고 오히려 “통치”에 전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정권은 점점 위기에 빠지는 길로 접어들게 된다. 왜냐하면 정치의 본연의 기능은 갈등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 조정이기 때문이다. 갈등을 멀리 한다는 것은 ‘정치 외면’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정치라는 갈등 조정 기제가 점점 약해지면, 결국에는 정권과 시민사회가 직접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다원화된 사회에서 단순한 통치를 추구한다면 사회적 저항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즉 정치라는 쿠션이 없는 상태에서 정권이 직접 다원주의적 사회와 충돌하게 되면 그 정권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과거 이명박 정권에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성공한 정권으로 평가 받지 못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측면이라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갈등 역시 조정의 경험을 쌓을수록 갈등 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설사 정쟁에서 거리를 둬서 한때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주장이 맞는다 하더라도 이런 분석 따위는 절대 귀담아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랬다가는 진정으로 갈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문제와 국정원 개혁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물론 정답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어찌됐던 간에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로서 이런 문제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갈등 조정에 몸을 사리지 않는 한편, 본래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당들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면서 시민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때로는 격하게 충돌할 수도 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그리고 권력 간의 균형만 맞춰간다면, 설사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한순간의 현상에 불과하다. 정치는 문제투성이일지 몰라도 사회의 핵심이며, 시민사회는 그 필요성을 정치권력이 규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권은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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