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서 10일 재개된 제2차 당국 간 실무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진전보다는 오히려 상호 대립각만 더 노출하고 말았다. 우리 측은 개성공단 일방폐쇄에 대한 방지책을 내놓은 반면 북한은 우선 공단부터 가동하자고 맞섰다. 거의 물과 기름에 가까운 입장 대립이다. 오는 15일 3차 회담을 갖기로 했지만 원만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북측의 변하지 않은 태도다. 북측은 ‘최고 존엄’ 모독 등을 개성공단 중단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개성공단 가동에 저촉되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입주기업의 피해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북측의 도발행위에 대한 우리 측의 강력한 비판과 지적 등 유사상황이 벌어지면 언제라도 공단 문고리를 걸어 잠글 수 있다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개성공단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국제적인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우리 측 주장을 깡그리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같은 날 언론인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재가동보다는 남북 간 신뢰가 더 급하다”고 강조했다. 공단 재개라는 단편적인 사안에 급급하기보다는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재발방지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 이상 북측이 제멋대로 가동 중단과 재가동을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이 중요한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개성공단 실무회담에 일몰제를 적용한 것은 아주 합당해 보인다.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보다는 때마다 새벽까지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펴는 구시대적 회담 모습을 청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언제라도 다시 만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더 긴요하다.
북한을 한꺼번에 변화시키기란 불가능하다. 변화를 전제로 한 반대급부라는 과거 잘못된 관행도 더 이상 없게 됐다. 이럴수록 인내하며 실효성 있게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시급한 공단 설비 점검은 별도 사안으로 이끌어내고 재발방지를 위한 공단 선진화 방안 마련을 전제로 한 가동 등도 하나의 절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결국 같은 선상에서 풀어야 할 과제 아닌가.
북한이 남북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제안해 왔지만 그 내막을 잘 들여다보고 효과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측이 인도적 차원에서 시급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만 수용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결국 모두 북한의 진정성에 달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