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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감사 결과가 왜 정권마다 달라야 하나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으며, 이로 인해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감사원이 감사를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의심받을 만한 일대 사건이다.

감사원 발표대로라면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대운하가 재추진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물을 가두는 보가 소형 4개에서 중대형 16개로 늘어나고, 준설량도 2억2000만㎥에서 5억7000만㎥로 커지고, 사업비도 13조9000억원에서 18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감사결과가 사실이라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일이다. 국민에게 잘못된 부분은 사실대로 알리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바로잡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할 것”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기사에 박아 달라고까지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의미다. MB 측은 “문제가 없다더니 갑자기 이런 식이면 정치적 코드 감사가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러 일을 키워 생트집 잡으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즉각 4대강 감사결과를 보고받기로 했다. 사실 4대강 문제는 청와대와 정치권, 국토부, 환경부, 건설업체, 감사결과를 바꾼 감사원까지 관련 당사자가 많아 결론을 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감사원 발표가 사실이라면 국가에 큰 손해를 입힌 당사자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 당시 대운하로 몰아간 청와대 관계자, 일을 추진한 국토교통부, 담합을 방조한 공정위, 대운하가 아니라고 했던 장관들 모두가 처벌대상이다. 이전에 두 차례 4대강 감사를 했던 감사원도 마찬가지다. 감사만 제대로 했다면 쓸데없이 돈이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4대강 논쟁이 신ㆍ구정권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은 결코 국민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 새 정부 사람들도 과거에는 4대강을 옹호했던 정부 여당의 사람들이 아니었나. 4대강과 선을 그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고칠 것을 찾아내 바로 잡는 게 모양새가 좋다. 감사원은 같은 사안을 두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른 감사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해명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독립적이고 정치성이 없다고 한들 감사 내용을 이리저리 뒤집은 것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철학도 소신도 개념도 없이 허물거린다는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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