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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강우현> 역발상 살아있나?
그림 딱 한 장 걸린 청송미술관
건강장수촌 변신 청송 월외리
서해안 서산 해뜨는 공화국…
상상은 살 길, 창조는 갈 길



지난 9일 인천 서구 앞바다 세어섬에서는 ‘역발상공화국’ 선포와 함께 중앙청 개청식이 열렸다. 주민 35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마을에 200여명의 외지인들이 들이닥쳤다. 육지에서 불과 800m쯤 떨어진 이 섬에 전기가 들어온 건 6년 전, 아직 상수도가 없다.

“역발상공화국‘이 뭡니까?” “네, 안 되는 일은 뒤집어서라도 해 보자는 뜻입니다.”

그날 참석한 인천시 부시장을 비롯해 구청장이나 구의장은 모두 수도를 끌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민원인이 관청을 방문하지 않고도 앉아서 해결되는 세상? 그렇다. 역발상이다. ‘쓰레기는 쓸 애기로!’, 수도권 매립지로 유명한 이곳에서 쓰레기는 앞으로 핵심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여행자가 마을을 청소하고 꽃을 가꾸는 역지사지 관광지를 만드는 것이 역발상공화국의 꿈이다.

전국 244개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 236등, IMF도 지나갔다는 인구 2만6000명의 산골 오지인 청송에 미술관 하나가 생겼다는 건 뉴스가 아니다. 그런데 26억원을 들여 지은 이 미술관에 걸린 그림은 달랑 한 점, 길이 46m에 높이 6m짜리 이원좌 화백의 ‘청양대운도’가 걸릴 것이라 한다.

“그림 한 점 보겠다고 누가 이 산간벽지에 온답니까?” “허허, 한 점뿐이니까 오지, 천 점이나 걸려 있다면 누가 오겠소? 신기하니까 이런 벽지까지 찾아 오지요.” 기가 막히는 역발상,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의 허영심을 꿰뚫는다.

달빛도 비켜간다는 월외리, 청송에서도 가장 오지인 이곳 폐교를 고쳐 장난끼공화국 중앙청이 6월 초 문을 열었다. 주민 연령은 평균 74세, 젊은 시절 먹고 살던 왕년의 생업을 되살리는 예술학교로 고쳐달았다. 마을 이름은 ‘달빛마을’로, 뒷산은 달빛동산, 마을 공터는 별빛마당이라 바꿔 부른다. 한 술 더 떠서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서 관람료도 받아 보겠단다.

“마을에 뭐 볼 게 있다고 돈을 받나요?” “이 나이에도 건장하게 일하는 우리가 있잖아?”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건강장수하며 일하는 노인들의 지혜를 배우러 외지 젊은이들이 찾아올 거라는 자신감, 이쯤 되면 역발상의 극치다.

지난 3일 갯마을 서산에서 열린 ‘해뜨는공화국’ 선포식엔 지역 주민 600여명이나 모였다. 서산에 해가 뜬다고? 이것도 역발상이다. 해는 서울에서도 뜬다. 서쪽에도 남쪽에도 동쪽은 있다. 서산에서는 앞으로 매달 초하루에 해돋이 행사를 하겠단다. 일년 내내 해돋이 행사를 하다 보면 정동진이나 포항이 일출 명소를 서산에 빼앗길지 모른다. 가장 흔하고 가까운 것을 살짝 뒤집어보는 것, 콜롬버스가 계란을 톡톡 쳐서 세웠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니다. 남다른 생각을 먼저 말했을 뿐이다.

관광의 핵심은 신비감이다. 명승고적, 하늘과 조상을 들먹이며 관광객을 유치하던 시대는 지났다. 아무리 해설이 훌륭해도 똑같은 설명에 두 번씩 귀 기울일 여행자는 없다. 깊은 맛은 없어도 한류가 살아있는 이유는 ‘다르고 변하기 때문’이다.

상상은 살 길이고 창조는 갈 길이다

문화융합 창조경제, 요즘 화두지만 어렵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융합기술은 입 속에서 음식을 섞어주는 혓바닥과 같다. 빠르고 무지막지한 이빨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골고루 음식물을 배분하는 혀의 놀림처럼, 정책의 순발력이 요구되는 때다.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와 장애물을 걷어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데 싫어할 국민은 없지만 젊은 일자리만 중시하진 말 일이다. 젊은이들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 행복사회는 아닐 것이다. 노인들 스스로 일하며 살 수 있다면 젊은이들의 세금 부담 줄어든다? 일자리 역발상이다. 지금의 노인들이 왕년에 먹고살던 직업과 일자리, 그걸 되살려라. 현대엔 쓸모가 없다고? 포기하지 말라.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내다본다면, 한국의 농어촌 마을 풍경 자체가 관광자원이다.좋은 상상, 상상은 살 길이다. 역발상을 키워라. 창조는 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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