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말 그대로 삶 자체를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는 기기가 돼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이 ‘손안의 마약’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른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할 때인 것이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도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고 있을까? 한국이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라는 자료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3500만대 스마트폰 대국’, 대한민국의 풍경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침묵 속에서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람들로 채워진 버스 안의 분위기는 기이한 느낌마저 든다. 스마트폰이 없는, ‘연결이 끊어진’ 고독한 삶을 우리가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한다. 전화가 소통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스마트폰에 이르러선 앞사람과 소통은 오히려 사라지는 역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스마트폰의 급격한 보급은 통신사의 보조금 전쟁이나, 잦은 새 제품 출시에서 원인을 찾아야겠지만, 한국인 특유의 ‘빨리 빨리’문화와 스마트폰의 궁합이 잘 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빠른 속도, 다양한 콘텐츠 뒤에 심각한 그늘이 있다. 통신비는 그렇다고 쳐도, ‘스마트폰 폐인’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모바일 중독현상은 우려한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심각하다. 청소년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무엇일까? 선생님도 엄마 얼굴도 아니다.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알람에 잠을 깨고, 눈을 비비면서 문자메시지나 모바일메신저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등교하면서, 쉬는 시간에도, 밥 먹을 때도 가족들의 얼굴보다는 오로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가 청소년 17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스마트폰 이용습관 조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 초4ㆍ중1ㆍ고1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24만명이나 됐다. 3개 학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란 점을 감안하면 전체 학년으로 넓히면 스마트폰 중독자는 몇백만명이 될지 모른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보이면서 내성 및 금단증세를 나타내는 위험사용군은 4만명에 이른다. 위험사용군에는 못 미치지만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보이며 사용시간이 늘고 집착을 하게 되는 주의사용군도 20만명이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폐해는 여럿이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인간과의 관계맺기다. 스마트폰 게임이나 채팅에 빠지면 올바른 인간관계 형성이나 지적성장에 문제가 생긴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고 화를 내는 금단증세를 보이거나 만성피로감을 호소하거나, 기억력 집중력이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증상도 나타난다.
문명의 이기(利器)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프랑스처럼 초ㆍ중학생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청소년들에게 휴대전화 노출시간이나 빈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급하다.
스마트폰이 말 그대로 삶 자체를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는 기기가 돼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이 ‘손안의 마약’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른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할 때인 것이다. 청소년기는 몇인치 스마트폰에 갇혀 있을 존재가 아니라, 광장에서 다른 이들과 살을 부대끼면서 삶을 배우야 할 나이이기 때문이다.
jlj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