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막말 홍수에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더니, 이번에는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이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라는 말과 함께 박 대통령을 ‘당신’으로 지칭하는 등 또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이 상임고문은 “박 씨 집안은 안기부ㆍ중앙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라고도 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일본식 이름인 ‘다카키 마사오’로 비난했다. 모두 박근혜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려 드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커진다.
자신의 지역구인 세종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 상임고문은 한 술 더 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을 자꾸 비호하고 거짓말하면 갈수록 당선무효까지 주장할 수 있는 세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지도자 한 사람으로서 국정원의 개혁과 정치단절을 강조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나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국무총리까지 지낸 인사의 정치적 발언이라 보기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너무 넘어섰다는 것이 일반의 지적이다.
이정희 대표는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방해하는 것은 “친일 매국세력, 다카키 마사오가 반공해야 한다며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유신독재 철권을 휘둘렀는데,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까지 국정원을 동원해 종북공세를 만들어 권력을 차지한 사실이 드러나면 정권의 정통성이 무너진다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도 “충성 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한국 이름 박정희”라고 했었다. 당내 부정선거로 지탄을 받았고, 대선과정에서 정제 또는 절제되지 않은 언사로 많은 구설을 낳았던 이 대표가 그동안 변한 게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대목이다.
이들의 발언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공격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줄줄이 묻어난다. 결국 이 상임고문의 말대로라면 당선무효 소동을 공공연하게 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막말을 해도 된다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언어폭력도 폭력이다.
폭력국회를 없애자더니 19대 국회에서는 되레 막말국회가 뭔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회 윤리특위가 막말 정치인을 걸러 내야 하지만 식물특위나 다름없다. 당장 처리해야 할 안건들은 잠만 자고 있으니 그저 한심할 뿐이다. 막말 정치인을 유권자들의 손으로 걸러 낼 특별한 수단이 필요하다. 누구든지 과격한 말, 한이 서린 말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