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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바꾼 한마디 - 박지원> “참 좋은 울음터로다!”
1780년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 황제 생일축하 외교사절단의 일원으로 중국 땅에 접어든다. 요동벌판에 들어선 7월 초파일. 드넓은 요동벌을 마주한 연암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이마에 얹고 말한다. “좋은 울음터로다(好哭場)! 크게 울만 하구나.” 옆에 있던 정진사가 물었다. “이런 하늘과 땅 사이에서 갑자기 우는 것을 생각하느냐?” “분노가 사무쳐도, 즐거움이 넘쳐도, 사랑이 지극해도 울 수가 있다.” 그리고 연암은 갓난아기 얘기를 한다. “아이가 태속에 있을 때는 캄캄하고 막힌 데서 답답해하다가, 하루아침에 넓은 곳으로 나오니, 마음이 시원스레 환하게 되니 어찌 한바탕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있겠소.”

좁은 땅, 조선의 불운한 천재였던 연암이 광야를 마주하고 ‘울음론’을 설파하는 이 대목은 ‘열하일기’의 하이라이트 중 한 장면이다.

속 터질 일이 한두 가지 아닌 요즘, 국민들도 어디 좋은 울음터에서 한바탕 울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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