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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타당성 없는 지방 SOC공약은 얼른 접자
대선공약에 포함된 지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절대다수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7개 신규 SOC 공약 사업 중 10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무려 9개가 ‘타당성 없음’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나머지 17개 사업에 대한 조사가 더 이뤄져야겠지만 지금까지 셋 중 하나가 결격인 셈이다.

대통령의 지역공약을 죄다 실천하자면 적어도 신규 사업비 84조원을 포함해 124조원이 필요하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KDI 조사에 의하면 사업의 편익ㆍ비용비율(B/C ratio)이 1이 넘어야 타당한데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3조원이 넘는 예산이 드는 중부내륙선 철도 복선ㆍ고속화 사업은 B/C 비율 평균 0.66으로 2017년 기준 1일 승차인원이 1만5000명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전북 부안~고창 간 부창대교, 전남 광주~완도 간 고속도로 등은 합당한 비율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과거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선거를 틈타 지자체가 지방 토후세력과 합세해 무리한 사업임을 뻔히 알고도 후보들을 유혹하고 각 대선캠프는 앞 다퉈 전략지역 운운하며 뒷감당은 전혀 고려치 않고 선심 쓰듯 한 결과다. 개울도 없는 곳에 다리를 놔주겠다는 식의 자유당 시절 구태 선거풍토가 아직 버젓이 살아 있다면 민망한 일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과 열흘 전 정부는 106개에 이르는 지방공약사업을 열거하면서 차질 없는 이행을 장담했었다. 일부에서는 민자카드를 꺼내겠다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다급한 투자에도 몸을 움츠리는 처지인 기업들이 선뜻 나설 리 만무하다. 올해 상반기 걷히지 않은 세금이 10조원에 이른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이고도 결국 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용인경전철의 교훈을 더 들여다보길 바란다. 민자를 끌어들였다 실패해 재정을 고갈시키고 결국 혈세를 퍼부어 넣는 낭패를 더 이상 반복해선 곤란하다.

물론 문제의 사업 중에는 비용과 효용성의 상관관계를 더 치밀하게 재봐야 할 것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부산 신공항 건설을 놓고 지자체 간에 치열한 다툼이 여전한 것처럼 해당 지자체나 이해당사자 간에 첨예한 입장차가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논란과 잡음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정부의 몫임을 분명히 하면서 옥석을 가려 버릴 것과 살릴 것을 과감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해와 설득을 통한 원만한 해결점을 찾아내는 것 역시 기재부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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