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애팔래치아 산맥 가운데 있는 소도시 빅스톤갭의 한 중고 서점 암호다. 주민이 들어와 책을 둘러보다 서점 안주인인 웬디에게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하면, 스코틀랜드 출신인 남편 잭이 이렇게 말하고 주방으로 향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으니 마음껏 털어놓으라는 공감의 표시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차부터 타는 영국의 관습이기도 하다.
웬디와 잭은 ‘독사’가 우글거리는 직장생활을 접고 주민이 5천명에 불과한 이 탄광촌 마을에 들어와 에드워드풍의 저택을 구입하고 헌 책방을 열었다. 인터넷 서점과 SNS, 전자책 등 독서환경 변화에다 미국의 경제난, 시골 특유의 텃세 등으로 초기 정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삶의 희노애락을 나누는 곳으로 만들면서 주민 사랑방으로 확고히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 이야기를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믄 기쁨에 관하여’라는 긴 부제를 붙여 담아낸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책세상)’이란 책은, 작은 애정과 관심이 어떻게 공동체에 기적을 만들어내는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웬디는 말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와서 마음껏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책 파는 선술집의 바텐더 인생이다. 우리는 그들이 마음껏 말할 수 있도록 해준다. 누가 알겠는가, 그럼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지. 그게 안된다면, 최소한 상대방이 마음의 짐을 덜기라도 하겠지.”
복잡한 일상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곳은 흔치 않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겨움의 절반은 해소된다. 이것이 소통이고, 공감이며 우정이다. 그런 여유와 주전자를 올려주는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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