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한국 증시의 심장부’인 한국거래소가 이틀 연속 전산장애를 일으키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 15일 지수통계 시스템 백업과정에서 오류가 발생, 코스피지수를 66분동안 지연 송출했다. 중국 2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세정보가 적게는 10분, 많게는 15분가량 늦게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전송돼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또 16일에는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와 연계된 코스피200 지수 선물 야간거래가 시스템 전원공급 문제로 중단,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빨리 마감되는 한국 증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방대한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탓에 전산장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해도 모든 사고를 사전에 완벽하게 막을 순 없다.
그러나 거래소가 전산장애 문제로 야간 선물거래가 멈춘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거래소 홈페이지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73조’에 의거 증권과 장내파생상품의 공정한 가격 형성과 그 매매, 그 밖의 거래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거래소의 존재 이유는 매매와 안정성에 있는데 최근 이틀간 거래소가 보여준 모습은 왜 존재하는지 자체를 의심케 한다. 당연히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물론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증권거래시스템은 자본시장의 기초 인프라”라며 “이번과 같은 사고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발생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현장검사를 거래소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사장 자리가 장기 공석인 탓에 이번 사태는 임직원들의 기강해이로도 비춰지고 있다. 실제로 야간선물거래 조기마감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당일 늦은 오후 거래소의 한 간부는 ‘(야간선물거래 중단) 그런 일이 발생했었냐’며 기자에게 되물어 거래소의 현 실태를 짐작케 했다.
최근 몇년간 동남아와 중앙아시아에 증시시스템을 수출하며 ‘선진거래소’임을 자임하던 거래소는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 그토록 염원하는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나 경영자율성 확대를 쟁취하려면 존재의 이유를 명확히 한 후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먼저 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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