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2007년 남북 정상회담 관련자료 열람위원단’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취지 발언 여부를 가려줄 핵심 자료인 회의록 원본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17일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합의대로 NLL 등 7개의 검색어를 넣어 샅샅이 훑었지만 회의록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아직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다.
지금까지 정황을 보면 아예 회의록을 안 넘겼거나, 회의록을 찾지 못하고 있거나, 이관ㆍ보관 중 파기 또는 분실했거나 세 가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결국 해당문서의 존재 유무다. 때문에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뭔지를 놓고 한치 양보 없는 치열한 정치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야 모두 화들짝 놀라면서도 본능적으로 자신에 유리하게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노무현정부가 문서 이관 때 해당문서를 통째로 제외했거나 사전 폐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펄쩍 뛰는 모양이다.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못 찾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두면서도 당시 청와대가 사용해 온 ‘이지원(e-知園)시스템 자료를 하드디스크 통째로 기록원에 넘겼고, 국정원은 당시 문서로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동반자로 NLL 대화록 원본 공개를 앞장서 주장해 온 문재인 의원은 그럴 리가 없다며 더 확인해 보자는 입장이다.
물론 새누리당은 신중하게 접근할 일이라면서도 민주당과는 확연하게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고향 봉하마을 사저로 자료를 옮겨갔고, 또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문제의 기록물 상당분량이 폐기됐다는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그러면서도 이명박ㆍ박근혜정부를 거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 의해 폐기됐다는 일각의 사후 정치적 공작설에 대해서는 몹시 경계하는 눈치다. 아전인수에는 여야 모두 동질동격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여야 판단에 달렸다.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와 맞물려 NLL 발언 원본의 존재유무를 놓고 죽고 살기로 더 싸울지, 그 반대일지 선택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미 인터넷 상에는 진영논리가 팽배해지고 있고 사후 공작설 등 근거 없는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논란이 폐기 쪽으로 기울게 되고 그렇다면 누구의 소행이냐를 놓고 국론분열, 다시 말해 안보 불안 속에서 남남 갈등이 더 증폭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