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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잘못 큰 연예병사 제도는 폐지가 맞다
국방부가 16년간 유지해 온 연예병사 제도를 폐지키로 한 것은 이 제도 자체가 갖는 부작용이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폐지는 시기적으로 적절한 조치다. 연예병사들이 일반병사들에 비해 특수한 여건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군복무를 해 온 것이 당연시된 게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숙소 무단이탈 등으로 빈번하게 물의를 일으켰고 따가운 시선을 받기에 이르렀다.

국방부도 연예병사 제도가 군 홍보와 장병 사기 증진을 위한 것이었지만 소임을 다 해내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연이은 불미스런 사건으로 오히려 군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성실하게 복무 중인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는 것이다. 운영상의 문제도 인정했다. 연예병사 제도 폐지에 대해 다수 연예계 종사자들도 차라리 잘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군의 감사결과에 나타난 문제만으로도 연예병사의 부작용은 충분히 감지된다. 지난 6월 춘천 공연 후 사병 2명이 술을 마시고 안마시술소를 드나들다 취재망에 걸리고 말았다. 다른 2명은 야식을 먹고 나와 영화를 봤다거나 국방홍보원의 담당 팀장은 공연 중 서울 자택으로 외출했다는 것이다. 병사 6명은 개인 휴대전화를 무단 반입해 사용했고 홍보지원대 담당자들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가수 비가 무려 71일의 휴가를 써 조사를 받는 등 대중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연예병사들의 특별한 근무여건이 존재하는 한 전체 군의 사기 진작은커녕 오히려 그 반대로 부작용을 키울 것은 뻔한 이치다. 숙식은 물론이고 출연 과정에 대한 각별한 특혜 서비스를 받다보니 자유를 지나치게 탐하게 되고 이것이 오랜 시간 관행화되다시피 하면서 결국 불명예로 끝을 보게 된 셈이다. 군 홍보만 지나치게 앞세우다 사병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군 당국도 이번 기회에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통제만 잘 하고 잘 다듬었다면 인기 연예인들이 군 홍보도 하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가며 병역의무를 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동안 연예병사로서 맡은 바 소임을 묵묵히 해낸 이들에겐 면구스런 일이고 또 재능을 국가에 기꺼이 바치려던 다수 젊은이에게도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적과의 대치상황에서 국가의 부름을 받고 불철주야 고생하는 절대다수의 장병을 고려하면 형평성 차원의 의미도 크다. 해당 병사들의 일탈 이전에 운용상 잘못으로 제도적인 수명을 다한 것이기에 뒷맛이 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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