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은 듯하다. 이번에는 충남 태안의 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한 고등학생 5명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하거나 실종한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사고 당시 학생들은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아 피해가 더 컸다. 계속되는 폭우로 수위가 상승하는 데도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다 근로자 7명이 목숨을 잃은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가 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안전관리가 연일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 전반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다는 방증이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국민안전을 국정운영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외침이 무색하게 됐다.
꽃다운 청춘을 앗아간 태안 해병캠프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빚은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물살이 워낙 빨라 지형에 밝은 주민들이 접근을 꺼리는 곳이다. 실제 인명사고가 잦았고,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해경 구조대도 ‘물살이 너무 빨라 서있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주민들이 이런 사정을 수차례 캠프 측에 전달하고 사고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결국 참변을 당한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의식만 있었어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학교 측도 학생들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 사고가 난 캠프는 ‘해병대’ 명칭만 따왔을 뿐 안전시설과 인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으로 파악됐다. 구조선은 모터가 달린 고무보트 1~2대가 전부이고, 구명조끼 말고는 별다른 안전 장비도 없었다고 한다. 학생을 맡기면서 시설과 장비, 인력 등 기본적인 현황 파악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인솔교사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훈련을 받는지 챙기지도 않고 휴게실에 있었다니 한심하고 기가 막힐 뿐이다.
여름은 장마와 태풍, 무더위 등으로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시기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안전사각지대가 널렸다. 정부 관계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안전감독을 강화하는 것 말고는 달리 사고를 막을 방법이 없다. 가능한 한 모든 인력을 동원, 위생과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여름방학 봇물을 이루는 각종 학생 캠프와 인파가 몰리는 피서지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은 한치 빈틈이 없어야 한다. 언제까지 이 같은 후진적 사고를 되풀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소 잃고 난 뒤 외양간을 고쳐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