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으로선 갈길 급해 제 발에 걸려 턱 깨고 입술 찢고 코 깬 격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볼 땐 이번에도 몽땅 오버였다. 잘한다 싶으면 제 발등을 찍은게 어디 한두 번인가.
물폭탄 도깨비 장마답게 막말 홍수였다. 막말 연발에다 차마 입에 담기 거북한 성적 농담까지 이틀에 한 번꼴이었다. 민주당발 3타자 연속 적시타가 아니고 무엇인가.
나는 막말을 쏟아낸 쪽을 비난하거나 그 반대 쪽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다고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느낀 바를 옮겨 보려 한다. 그러자면 다시 그 내용을 간추려 볼 수밖에.
먼저, 홍익표 의원(원내대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鬼胎ㆍ세상에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로 지칭해 일대 정국을 뒤흔들었다. 사실관계를 떠나 주관적인 개인의 저술 내용을 마치 사초인 양 인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더 큰 문제는 당 대변인 자격으로 공개 브리핑에서 뜬금없이 저주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내놓았다는 점이다. 결국 그는 유감 표명과 함께 보직을 내놓았다.
이어 이해찬 의원(상임고문). 봉합국면에 폭발성 강한 기름을 끼얹은 꼴이었다.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라는 등 격한 언사를 거침없이 쏟아냈고, 박 대통령을 ‘당신’으로 호칭하며 민감 사안인 대통령의 정통성을 정조준했다. 당 안팎으로부터 질타를 받았지만 여진은 진행 중이다.
더 큰 사달의 주인공은 임내현 의원(광주시당위원장). 며칠 전부터 대선 당선무효 투쟁 운운하며 아슬아슬하더니 결국 여기자들 앞에서 한 톨의 음담패설로 치명상을 입었다. 당 대표가 얼굴을 붉히며 엄중경고했고 결국 국민 앞에 허리를 꺾었다.
그렇다면 다음은? 기대되는 4번 타자다. 홈런 한 방이면 사이클 히트다. 물론 민주당으로선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갈길 급해 제 발에 걸려 넘어져 턱 깨고 입술 찢고 코 깬 격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볼 땐 이번에도 몽땅 오버였다. 잘한다 싶으면 제 발등을 찍은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총선과 대선에서 판판이 진 이유는 스스로 익히 잘 알 것이다.
사실 막말로 치면 여야가 따로 없다. 과거 10여년간 대통령을 향한 막말을 꿰어보면 망측하기 짝이 없다.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꿰매자, 생긴 게 개구리 같다, 새해소원은 명박급사, 그년의 서슬이 퍼래서 등등. 어디 이뿐인가. 놈현, 쥐박이, 발끈해 등 인터넷 상 저급표현을 솔선해 퍼 나르는 것도 모자라 공개석상에서 홍어X, 개XX, 미친X 등의 육두문자는 예사였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여의도산 막장막말 종합선물세트 아닌가.
구 소련 총리 후루시초프, 미국 방문 뒤 “미국에서는 배를 잘 못 만들어 배가 물위에 뜨지 않고 자동차에 끌려다닌다”며 넉살을 떨었다. 영국 총리 처칠, 자신을 땅딸보라 비웃자, “갓 태어난 아기들은 다 나처럼 생겼다”고 응수했다. 미국 대통령 링컨, 정적이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소리치자 “내가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으면 이런 중요한 자리에 왜 못생긴 얼굴로 나왔겠냐”고 되받았다. 레이건 대통령, 연로한 나이를 문제삼자 70세 생일에 “오늘은 나의 36세 생일의 34번째 기념일”이라고 맞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품격 있는 위트는 또 어떤가. 정녕 해학과 익살 그리고 유머는 남의 얘긴가. 참으로 부럽고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