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는 감동을 주고, 사물 마저 사랑하게 만든다. 울산바위는 속초에 있다. 금강산 산신령이 ‘절경 백화점’을 구상하고 전국 기암괴석과 미석(美石)을 총집합시켜 만물상을 만들었다. 울산에서 먼 길 오던 바위는 그만 마감 시한을 넘겨 설악산에 머무르고 만다.
이몽룡의 연인 춘향의 이름보다 점 두 개가 부족한 경북 춘양에도 춘향이 있다. 이곳 계서당은 성춘향의 일가친척으로 추정되는 언관(언론인) 성이성의 생가다. 그의 부친은 4년간 남원부사를 지냈다고 한다. 향토사학자들은 “이몽룡도 계서당에 한동안 기거했다”고 한다.
전주와 완산은 동의어다. 마한 최대의 성(城)으로 모든 것을 아우른다는 뜻의 ‘온’과 산(山)을 합친 말이다. ‘온’은 한자로 ‘완(完)’이다. 통일신라 때 완을 다시 의역해 온전 전(全)으로 바꾸었다. 한때 제국의 수도여서 그런지 인물도 많고, 내로라하는 음식이 이곳에 모였다.
불경 표현을 차용한 산 이름이 많지만, 삼척과 동해에 걸친 두타(頭陀)는 특이하다. 직역하면 ‘머리가 무너진다’는 뜻이고 종교적으로는 ‘집착을 버린다’는 뜻이다. 주변 절경 때문에 ‘물욕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고, 머리가 확 깬다’는 의미라고 향토사학자들은 풀이한다.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스토리를 가슴에 담으면, 아는 만큼 보이는 수준을 넘어, 그 곳과 정을 나누고 오는 기분일 것이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