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끝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도하는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 여당이 대승을 거두며 안정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지난 연말 중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은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 데 이어 그동안 여소야대(與小野大)였던 참의원까지 접수한 것이다. 일본은 오는 2016년 7월 다음 참의원을 뽑을 때까지 큰 선거가 없다. 아베 정권이 적어도 앞으로 3년간 ‘장기집권’에 들어갈 탄탄한 기반이 이번에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아베 정권의 압승이 일본의 우경화 가속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 중국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여기에 집중돼 있다. 이번 선거 승리의 최대 원동력은 평화헌법 개정 등 우경화와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라 할 수 있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 사회는 지치고 위축돼 있다. 국민들은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강한 일본을 바라고 있다. 이런 국민 감정을 아베 정부가 자극했고, 이게 폭발적인 지지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선거일 직전 도쿄 시내 유세에서 “자랑스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헌법을 바꾸자”고 목청을 높였다. 승리에 고무된 아베 정권이 우경화 가속 페달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창당 이래 최악이라 할 만큼 참패를 당했다. 86석을 가지고 선거에 나섰지만 불과 17석을 건지는 데 그쳤을 정도다. 당분간 연립 여당을 견제할 만한 정치세력도 변변치 않다는 얘기다. 독주체제의 아베 정권이 포퓰리즘에 빠져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그렇더라도 개헌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헌법을 바꾸자는 국민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당장 연립 여당의 한 축인 공명당부터 헌법개정에는 부정적이다. 아무리 국내 여론이 중요하지만 국제 사회의 시선도 외면할 수는 없다. 아베 자신도 선거 승리 직후 “개헌은 국민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며 차분히 논의를 심화시켜 나가겠다는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은 다 까닭이 있다.
물론 일본도 언젠가는 정상적인 군사력을 가진 국가로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당장 역사인식과 영토 갈등, 신사 참배 등에 대한 침략을 반성하는 입장부터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우경화 행보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역풍을 맞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